오늘날 세계는 지난 20여년간의 컴퓨터와 전기통신기술(teleecommunication)의 발전을 기반으로 ‘정보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가정과 직장, 의료부문과 교육부문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사회로부터 정보화사회로의 변화를 논의할 때 정치의 변화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정보화사회론자들은 대체로 정치변화의 문제를 직접민주주의(또는 참여민주주의)의 확대라는 맥락에서 논의하고 있다.

정보화사회에서는 컴퓨터 커뮤니케이션과 케이블TV, 비디오텍스 등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한 정치활동 즉, 하이테크 정치가 가능해진다. 텔레데모크라시 논의는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으로부터 출발했다. 따라서 텔레데모크라시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를 통해 이뤄지는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이러한 텔레데모크라시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하는 정치가정에 가지는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이다. 다시 말해 텔레데모크라시는 정치과정에서 전자적 이용의 확대라는 의미와 정보화사회의 민주주의 이론을 지칭하는 이중 구조를 가진다.

텔레데모크라시가 정치과정의 변화에 대해 가지는 의미는 비교적 명확하다. 즉 , 전자매체의 이용은 기존의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모두 그 빈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양자가 모두 뉴미디어의 대화적 측면의 우수성과 정치절차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과정에 한정시켜볼 때 텔레데모크라시로의 변화는 그 변화의 범위와 양상이 문제이지 변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나 텔레데모크라시가 민주주의에 대해 가지는 의미, 정보화사회의 민주주의는 어떠한 민주주의인가 하는 문제는 뉴미디어의 기술적 잠재성과는 무관하다. 물론 텔레데모크라시란 정보화시대의 민주주의 혁명이며, 이는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의회제 정치제도가 진화한 다음의 상태를 보여 주는 것임은 확실하다.

그러나 텔레데모크라시는 민주주의를 개선시켜 줄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변혁시킬 수도 없고, 이상적으로 완성할 수 없다.

이러한 입장에서 민주주의론으로서 텔레데모크라시론을 재구성하면 그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그 요소들이란 정보화사회에서 민주주의 확대하기 위한 전제들을 언급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첫번째 요소는 텔레데모크라시론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획된 텔레데모크라시 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PC통신을 이용한 정치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텔레데모크라시 프로젝트는 정치 엘리트 주도의 프로젝트였다.

공인(公人)이 주도하는 정치과정의 변화는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양적인 면으로 확대하는데에는 분명 성공을 거두었으나 참여의 빈도와 규모가 확대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기존의 정치참여와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라나 참여의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이 텔레데모크라시론 프로젝트가 텔레데모크라시론의 중요한 축을 이루게 한다.

두 번째 요소는 전자매체의 대안적 이용인 시민운동의 전자적 확장이다. 이는 정치사회 주도의 텔레데모크라시 프로젝트가 가지는 한계. 다시 말해 시민사회의 민주주의를 고려하지 않은 민주주의론과 그 실천을 극복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국제적인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또는 국내 시민운동 단체의 네트워크 이용을 시민운동의 전자적 확장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시민운동의 전자적 확장에 기반한 실험이 가지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시민운동이 쌍방향 미디어를 이용하여 그 영역과 시민들과의 접촉면을 확대하려는 전자적 확장의 방식은 참여의 경험을 통해 시민사회를 교육하고, 기존의 시민운동이 한계로서 경험하던 연대와 저항 수단의 취약성을 극복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은 결국 정치사회 참여 방식의 새로운 경로를 마련하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텔레데모크라시와 유사한 한계를 지닌다. 시민사회 내부의 민주화에 대한 전망을 내오는 데 있어 불완전한 것이다.

더구나 시민운동의 이러한 불완전성은 뉴미디어 이용의 활성화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공적 영역의 등장과 이의 민주화에 있어서 더욱 심화된다. 여기서 제기되는 가상공동체의 정치운동이 텔레데모크라시론의 세 번째 요소이며, 이는 모뎀과 같은 독립적 분산적 수평적 미디어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모뎀민주주의의 도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가상공동체의 정치운동을 델레데모크라시론의 요소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의 두가지이다.

먼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공영역이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탄생한다는 점이다. 이 영역을 민주주의적으로 질서지우려 하는 운동은 정보화 시대의 시민사회(의 한 부분)를 민주화하는 운동인 것이다.

다음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는 가상공동체의 민주주의 운동은 현실 공동체의 민주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가상공동체의 정치운동은 기존의 정당이나 이익집단의 그것과는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지며, 상이한 정치수단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가상공동체의 정치운동은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하거나 동일한 이해를 기반으로 조직되는 조직에 기반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참여의 방식도 투표 등의 제도화된 정치행위에 참여하거나 시민운동의 형태로 저항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확장하고 그 내부를 민주화하며, 공동체를 가능케 한 기술을 민주적으로 활용하려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보인다. 우리가 인터테트를 통해 말날 수 있는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CPS(Computer Professionals for Social Responsibillity), Lead… or Leave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부가하여 우리는 정보화사회의 민주주의론으로서 텔레데모크라시론이 민주주의론으로서 갖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잇다. 텔레데모크라시론은 민주주의론을 구성하는데 있어 기존의 민주주의론이 고려하지 못했던 측면들을 그것의 세 가지 요소를 통하여 보여준다.

그러나 텔레데모크라시의 요소들은 각각의 요소들로서 뿐 아니라 전체로서도 기존의 민주주의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론의 구성에 있어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텔레데모크라시론과 그것의 실행이 하나의 ‘정치문화’라는 한계를 벗어나 현실 정치의 변화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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