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0주년을 맞아 신문과 방송들이 다양한 특집 기획물을 마련하고 있으나 정작 일제 잔재의 청산이나 정신대문제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잇는, 풀어야 할 과거사의 문제에 대한 관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역사의식의 빈곤을 드러내고 있다.

방송의 경우 광복 50주년 특집은 양적 풍요와 질적 빈곤, 그리고 풍성한 이벤트와 빈약한 이데올로기로 집약할 수 있다.

방송의 특성이 그렇지만 우리 방송은 특히 계기특집에 민감해 이번 광복절에도 양적인 측면에서는 비교적 풍성한 느낌을 주고 있다.

KBS가 드라마 <김구>를 비롯해서 <한민족 탐사 뿌리> <세계를 빛낸 한국인들>등을 준비했다. MBC는 <세계속의 한국인 백남준의 8월>을 비롯해서 <21세기 음악의 주역> <중궤렌, 나혼진, 그리고 한국인>등을 방송한다. 또 드라마 <최승희>, 보도특집 <송일교수의 한국과 일본>, PD수럽 <조총련의 오늘>도 광복절 특집으로 기획됐다.

SBS는 <평화의 비둘기 남북을 잇다>를 비롯해서 <유라시아 대장정 10만Km> <재일동포> <김치를 생각한다> <중앙청>과 2부작 드라마 <국회와 칼>등을 내놓고 있다.

방송 3사의 광복 50주년 특집 내용은 대부분 발전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한민족의 긍지를 되살린다는데 기획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따라 특집 내용도 경축성 행사에 집중돼 있다. 마치 정부가 준비한 경축행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을 준다는게 방송비평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광복 50주년의 의미를 심도있게 찾아본 기획물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일제 잔재의 청산 미흡등에 대한 조명도 거의 없을뿐더러 광복 50주년은 곧 분단 50주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마땅히 있을 법한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기획물도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막연히 계기성 행사 프로그램들만 산발적으로 모아놓은 꼴이다.

신문은 한국일보가 지난 3일자부터 ‘광복 50, 분단 50’주년 특집으로 ‘광복 50, 다시 여는 반세기’를 , 조선일보 역시 3일자부터 ‘참된 광복은 통일이다’를 각각 내보내고 있다.

한국일보는 ‘과거 청산’을, 조선일보는 ‘분단과 통일’의 문제를 각각 주제로 삼아 방송과는 대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기획특집 첫회 <미완의 광복①)를 내보내면서 “진정한 광복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는 부끄러운 역사의 청산”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으며 조선일보는 ‘통일의 길’, ‘통일 비용’등 통일문제에 대한 구체적 접근을 시도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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