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선정적 보도와 사건의 본질
'상하이 스캔들'...선정적 보도와 사건의 본질
[참언론 모니터]조선 "유부녀 놓고..." / 내일 "정보기관 가세한 기밀유출조작?"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 덩 씨 사진이 하도 신문과 티브이를 도배해서 어디선가 만나면 아는 사람인가하고 인사할 지경 @snackmon (시사IN)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1908년 뉴욕에서 여성노동자들이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빵’과 권리의 상징 ‘장미’를 달라며 투쟁을 벌였던 그날 이후 100여년이 흘렀습니다. 이날을 기념하면서 여성단체에서는 “성평등 걸림돌 상”을 제정하고 그들의 퇴장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요.

‘상하이 스캔들’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가 이 걸림돌 상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습니다. 3월 8일 저녁부터 이 보도가 터졌기 때문에 가까스로 (?) 피해갔다는 설과 함께 내년에 유력한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 <한겨레> 2011년 3월 8일
 

남편 ‘아내의 불륜’ 조사 의뢰 … 한국 언론, ‘덩 여인 누구?’에만 집중

‘상하이 스캔들’. 다수의 언론 보도를 참조해 이 사건을 요약하면 “한 중국인 여성이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불미스런 관계를 맺고 정보를 수집한 일인데, 이 여성 남편의 진정에서 시작된 사건은 젊은 여성 한사람에게 휘둘린 한국 외교의 수준과 외교관들의 자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사건의 성격을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조금 거칠게 단순화 시켜보면 ‘스캔들’, ‘스파이’ 또는 최근의 정황을 감안하면 ‘정보기관이 가세한 정보유출 조작?’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용어들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캔들’은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또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이나 소문”이며, ‘스파이’는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어 경쟁 또는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이겠죠.

이 사건을 ‘스캔들’로 규정하면 ‘공직자의 부도덕한 행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정부의 사건처리과정에 주목하고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스파이’로 규정하면 ‘유출된 정보가 무엇인지 우선 파악하는 것이 우선 일텐데요. 물론 이 과정에서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궁금증도 해소해줘야하겠죠.

또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의뢰한 덩씨의 최근 주장 즉  “언론이 이야기하는 기밀자료, 부인 컴퓨터에 없던 것도 포함되어 있다.”(내일신문 3월 10일)에 귀기울이면 이 사건은 한국 정부기관이 개입된 ‘정보유출조작’사건이 됩니다.

   
▲ <조선일보> 2011년 3월 11일자 2면(기사원본에는 덩 여인의 사진과 이름이 공개되어 있지만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 필자)
 

언론은 3월8일 이 사건을 ‘스파이 사건’으로 몰아가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각국의 미녀스파이와 비교하다가, 별다른 근거자료가 없자 ‘덩 여인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주제를 전환, 그녀의 이름, 사생활(셀카 사진), 외모, 재산내역 등을 집중탐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덩 여인의 이름이 실명으로, 사진까지 공개되고, 소위 말하는 ‘~카더라 통신’으로 불릴 수 있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을 쏟아냈습니다. “상하이 스캔들과 관련 덩 씨 사진이 하도 신문과 티브이를 도배해서 어디선가 만나면 아는 사람인가하고 인사할 지경 @snackmon (시사IN)”이라는 한 누리꾼의 주장이 이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KBS <미디어비평 : ‘스캔들’만 부각한 덩 씨 보도>(3월 19일) 등에서는 “여성인권까지 침해한 선정적 보도”라고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조선> "유부녀 놓고..." / <한겨레> "인권 멋대로 유린해도 되나"

물론 신문 독자의 공식적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지난 14일 개최된 <조선일보>독자위원회는 “우리 외교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상하이 스캔들’관련 기사는 제목과 접근 방식이 부적절했다. ‘총영사・부총영사가 서로 헐뜯고 영사들은 유부녀 놓고 싸웠다’ (3월 9일 A1면), ‘H에 덩氏뺏긴 K, H부인과 바람 피웠다…’(A3면 속제목) 등 가십거리에 불과한 영사들의 불륜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켰다. 공인인 영사들의 얼굴은 다 가리고 민간인인 여자 얼굴만 공개한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구요.

   
▲  <조선일보> 2011년 3월 9일자 1면
 

   
▲ <조선일보> 2011년 3월 9일자 3면
 

또한 덩 여인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던 유일한 언론인 <한겨레>는 12일 사설 <‘덩 여인’의 인권은 멋대로 유린해도 되나>를 통해  “이 사건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 초기부터 우리 언론의 대부분은 이 사건을 ‘마타하리’ ‘색계’ 등과 비교하며 성을 이용한 간첩사건처럼 끌고 갔다. 또 연루된 영사들은 성만 밝히고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한 반면 이 여성의 실명은 그대로 공개하고 얼굴도 가감없이 내보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  <한겨레> 2011년 3월 12일 사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불륜이 개재된 사건과 관련한 이런 식의 보도행태는 선정성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편견(남성 중심적 편견의 반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건 본질과 부실한 정부 후속조치에 주목한 <내일신문>

3월 8일 ‘상하이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9~10일을 거치면서 대부분 언론이 덩 여인에게 집중하고 있을 시기, 3월 10일 발생한  일본지진사태로 인해 ‘스캔들’사건은 묻혀버렸습니다. 현재는 ‘상하이 스캔들’의 실체가 무엇인지 ‘덩 여인’만 기억할 뿐 그 실체도 가물가물한데요. 이 사건 자체를 꼼꼼하게 취재하고, 정부의 부실한 후속대책을 지적한 <내일신문>의 보도가 돋보입니다.

   
▲ <내일신문> 2011년 3월 10일자 6면
 

<내일신문>은 3월 9일 <상하이 스캔들 실체부터 분명히 밝혀야>를 통해 “불륜 의심한 남편 J씨의 투서에 상당히 의존, 유출정보 가치, 덩씨의 실체 등은 아직 못밝힌 점”을 지적하고, 이어 10일 <정보기관 가세한 기밀유출조작?>에서 “덩씨에게 유출됐다고 보도되고 있는 자료 중 국내 정관계 인사 200여명의 자료는 덩씨의 컴퓨터에 있지도 않았다”라는 덩씨 남편 인터뷰를 제시하며 이 사건의 성격이 ‘단순한 스캔들이냐, 정보기관이 가세한 정보유출 조작이냐’라는 새로운 양상을 제시합니다.

   
▲  <내일신문> 2011년 1월 21일자 8면
 

그리고 ‘상하이 스캔들’이 3월 8일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이 아니라 지난 해 하반기부터 논란이 되었고, <내일신문>이 1월 21일 <중국서 망신당한 한국 외교>기사를 게재했으며, 그 이후 사건 당사자였던 법무부 소속 허모씨와 지식경제부 소속 김모씨는 조기 귀국, 소속부처에 복귀했고, 언론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되자 2011년 허 모씨는 법무부 차원 법무부 차원의 재조사 과정에서 의원 면직을 허용했고, 당사자는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났다는 정황입니다. (헙, 그럼 지식경제부 소속 김모씨는 아직도 근무중이라는 이야기군요).

어쨌든 ‘의원 면직’은 공무원 연금 수령 등 불이익 측면에서 파면-해임보다는 훨씬 낮은 징계수위라는 점에서 ‘제 식구 감싸기’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허 모씨는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도 제시합니다.

   
▲ <내일신문> 2011년 3월 11일 시론
 

그리고 11일 <법무부 엉터리 감찰이 ‘상하이 스캔들’을 키웠나>를 <내일시론 :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외교추문>을 통해  “법무부가 지난해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영사와 덩 여인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쉬쉬하고 덮어버렸다”며 “사정기관에 고발하고 규정에 따른 후속조치 없이 일벌백계는 커녕 감싸고 보살펴주기만 하니,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상하이 영사관은 “ 2009년 강도 사기전과자 등 무자격 중국인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영사관 직원의 공금횡령 등 5건의 비위가 적발된 바 있다”라며 그런 일을 눈감아주고 못 본채 한 권력자의 아량이 이번 일의 싹이 되었을 것이라는 <내일신문> 문창재 논설고문의 지적은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정부합동조사반이 중국에 파견되었고, 조만간 조사결과를 발표할텐데요. 2010년 관계부처의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조치’가 재연되지 않을 지 걱정입니다. 뿐만아니라 그 ‘제 식구’에 대부분 언론이 포함될 것이라는 점도 더 걱정입니다.

※ <평화뉴스>2011년 3월 22일에 등록된 글입니다.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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