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프로그램이 공중파 방송을 타게됐다.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이 케이블TV에 방영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케이블TV 프로그램을 공중파 방송이 방영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화제의 프로그램은 교양전문방송인 Q 채널 개국특집으로 방송한 <제3의 전쟁 이제는 문화다>. KBS 1TV는 총 6부작으로 제작된 <제3의 전쟁 이제는 문화다>중 4편을 화요일 밤 10시 15분 <세계가 뛰고있다> 시간을 통해 방송한다. ‘글로벌 마켓 글로벌 TV’(연출 주명진)는 2편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으로 8월 1일에 방송된다.

‘글로벌 마켓 글로벌 TV’는 문화전쟁 시대에 다국적 미디어기업이 21세기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어떻게 경쟁하고 있는지를 추적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외국의 미디어기업이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지를 취재하기 위해 먼저 광고회사인 보젤과 BSBW를 방문했다. 두 회사는 외국문화에 대한 경계심이 없고 미디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10대를 주요한 타깃으로 삼고 있었다. 그들은 청소년이 즐겨 보는 오락채널이나 침투가 용이한 뉴스채널을 통해 광고공세를 펼친다.

그렇다면 다국적 뉴스채널과 오락채널을 취재할 차례다. 뉴스채널로는 CNN과 BBC를, 오락채널로는 미국의 MTV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데 첨단인다국적 미디어 기업이다. CNN은 이미 우리 안방에 깊숙히 침투해있으며BBC도 월드서비스를 통해 아시아용 뉴스를 공급하고 있다.

MTV는 홍콩 스타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진 방송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아시아 전담회사나 부서를 만들어 놓고 아시아시장 공략에 혈안이 돼 있었다.

이러한 채널의 글로벌화는 정보유통을 자유롭게 하고 세계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의 글로벌화는 온당하기만 한 것인가. 거기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제작진은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허버트 슐러 박사를 만났다. 슐러박사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미디어의 글로벌화는 결국 각국의 문화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시장확대에 기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위해 제작진은 뉴욕에 있는 페이퍼타이거를 찾았다. 페이퍼타이거는 미디어 비평작업을 하는 시청자 운동단체이다. 또 대항언론으로서 글로벌 미디어와는 다른 시각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공채널을 통해 방송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아직까지 대안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 침투하려는 미디어 제국주의의 발톱아래 놓여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글로벌 미디어에 대항할만한 수준을 갖추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천박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작진은 그저 ‘글로벌 마켓 글로벌 TV’가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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