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회장 장재구)가 '중학동 14번지'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06년 9월 한국일보에 900억 원과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고 서울 중학동 사옥터를 사들여 오피스빌딩 '트윈트리'를 짓고 있던 한일건설은 지난해 7월 푸르덴셜 계열 펀드회사인 프라메리카에 이를 재매각했다. 한국일보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트윈트리 상층부 6600㎡(2000평)를 140억 원에 사는 내용인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한일건설이 이를 포함해 재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같은 해 8월 한일건설 쪽에 공문을 보내 우선청구권의 재매각 여부 등을 물은 데 이어, 완공 직후인 12월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지만 이번엔 돈이 문제였다. 한일건설이 그달 안에 140억 원을 모두 치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이는 한국일보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재매각이 무효가 되는 계약내용 때문일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일보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매수대금을 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한일건설이 요구한 납입기일은 지났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한일건설과 법적 다툼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국일보 내부에서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의혹을 갖고 경영진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학동 14번지' 재매각 과정에 한국일보와 한일건설 경영진의 교감이 있지 않았나, 납입기한을 넘겨 결국 우선매수권이 백지화돼 손해를 보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하지만 한국일보 경영진 쪽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또한 한일건설이 정한 납입기일은 지났지만, 2006년 계약서 상 우선매수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진은 일련의 상황을 사원들에게 설명했고, 추후 관련 공문 등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경영진은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한일건설과 협의해 우선매수권 행사에 따라 기대됐던 시세차익 등을 받아 상암동DMC 사옥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트위트리에 3.3㎡ 당 700만원에 입주하게끔 돼 있는데, 한일건설은 이를 3.3㎡ 당 1680만 원에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해 한일건설로부터 200억 원 안팎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한국일보는 보고 있다. 한국일보는 오는 6월말까지 상암동DMC 사옥 토지대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정리한 한국일보는 최근 이사회와 그룹 사장단회의를 열어 중학동 사옥 대신 2014년 초 완공예정인 DMC 신사옥에 한국일보·서울경제·코리아타임스·스포츠한국 등 그룹계열사 전체가 입주키로 의결했다. 매입 조건상 올해 착공해야 하는 DMC 신사옥은 약 3300㎡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15층, 연면적 39874㎡ 규모로 2014년 초 완공된다고 한국일보는 밝혔다.

한편 '중학동 14번지'는 창업주 고 백상 장기영 회장이 1954년 한국일보 깃발을 세운 곳이다. 한국일보는 2006년 한 해에만 200여명을 분사와 명예퇴직 등으로 내보낸 뒤 53년 간 몸 담아온 '중학동 14번지'를 매각하고 2007년 2월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으로 이전했다. 한국일보는 2008년 1월 5년 4개월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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