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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원전 뻥튀기 홍보와 ‘숟가락 MB’
UAE 원전 뻥튀기 홍보와 ‘숟가락 MB’
[비평] ‘합리적 의문’ 포기했던 언론의 낯 뜨거운 후폭풍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다양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에 이견이 별로 없었다.…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는 MB표 세일즈 외교의 결정판으로 각인돼 내년 이후의 활동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지난 2009년 12월 31일자 34면 <임기 3년차, 기대도 주문도 많다>는 칼럼의 일부이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지난 2009년 연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했다는 소식이 한국에 알려지자 언론은 찬사를 쏟아냈다.

중앙일보는 12월 29일자 34면 사설에서 "사상 첫 원전 수출이 가져온 감동이 좀체 가시지 않고 있다. 세밑 아부다비에서 날아든 낭보에 온 국민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묵묵히 갈고 닦은 기술력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련한 정상외교가 맞물리면서 50년 원전 역사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 원전 유치의 성과는 고스란히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으로 돌아갔다. 조선일보는 12월 29일자 3면에 <사실상 국가 대항전…이 대통령, 불 사르코지 꺾었다>라는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는 4면에 <'하청업자 설움' 30년 만에 씻은 MB>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문화일보는 4면에 <입찰 가격도 수주 전략도 직접 코치 '총감독 MB'>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UAE 원전 수주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무자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이 성과를 내서 원전 유치라는 결과물을 냈겠지만 ‘이름 없는 그들’에 언론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숟가락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동아일보 2009년 12월 28일자 1면.
 
대통령이 실무자 공로를 자신의 공로인양 가로챘다는 그런 의혹만으로도 참으로 낯 뜨거운 일이다. 물론 그런 낯 뜨거운 상황을 진두지휘한 것은 바로 언론이다. 청와대의 홍보 전략에 발을 맞춰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문화일보는 12월 28일자 사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대항전의 총감독'으로 나선 외교 총력전이 가능성 5%라는 초반의 세 불리를 딛고 막판 반전을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가 원전 수주를 위해 무리한 방법을 동원하지는 않았는지, 대통령 치적으로 몰아가는 언론보도가 적당한지 ‘합리적 의문’이 필요했지만, 상당수 언론은 이를 포기했다. 낯 뜨거운 찬사 경쟁을 벌였다.

   
동아일보 2009년 12월 28일자 3면.
 
언론이 합리적 의문을 포기한 댓가는 참담했다. UAE 원전 수주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2월 1일자 1면 <한국이 공사비 절반 넘는 12조원 대출 약속 UAE 원전 '뻥튀기 수주' 들통>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는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하면서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대출해주기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원전 수주액 186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약 12조원)가량을 한국 정부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출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2009년 12월 28일자 3면.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일거에 드높였던 UAE 원전수주가 사실은 빈껍데기였단다. 22조원에 달하는 원전 공사대금 중 우리가 12조원을 28년동안 대주기로 했단다. 우리 돈으로 UAE에 원전을 지어서 우리 파병부대의 도움을 받아 지키게 하고
28년 후에 빌려준 돈을 받기로 했다니, 이게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인가”라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는 7조를 벌려고 수출입은행을 통해 10조를 28년 동안 UAE에 빌려주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UAE원전 수주는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인 것이다. 결국 배보다 배꼽이 큰, 불 보듯 뻔하게 손해 보는 장사인 줄 알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현지에 가서 언론플레이하는 등, 국민을 철저히 기만했다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2009년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리 국민은 그저 언론이 쏟아낸 ‘대통령 찬사’를 접해야 했다. UAE 원전 수주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은 합리적 의문을 포기한 언론의 낯 뜨거운, 아니 위험천만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언론의 합리적 의문 포기와 대통령의 숟가락 얹기 논란이 빚은 ‘참담한 상황’은 UAE 원전 수주 문제 하나의 사례일까. 정말 그럴까.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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