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직원들이 잇따라 투신 자살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상당수 언론이 주요 뉴스에서 이를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이 삼성 이외의 기업이 연루된 다른 사건, 사고 보도와 달리 이번 이슈에 대해선 소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충남 천안시 탕정면 삼성전자 LCD 사업장내 기숙사에서 최근 열흘 사이 2명의 직원이 잇따라 투신 자살했다. 지난 3일 6개월의 병가를 마치고 복직을 위해 면담에 나섰던 박아무개(23·여)씨가 기숙사 18층에서, 지난 11일에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2개월의 휴직 뒤 복귀한 김아무개(26․남)씨가 같은 기숙사 13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현재 경찰이 두 사건을 조사 중이어서 사망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사망 원인이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작업 환경 등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 사망에 대해 보도한 미디어충청 <삼성전자 노동자 13층서 투신 자살>에 따르면, 부친 김명복씨는 “3교대 근무라지만 8시간 일하는 게 아니라 14시간, 15시간 일한다며 힘들다고 했다”며 “4월에 아들이 집에 왔는데 발부터 다리까지 피부병에 걸렸는지 피부 껍질이 다 벗겨져 있었다. 왜 그러냐 물어보니 방진복을 입고 일하고, 약품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 유가족들은 14일 오전 순천향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릴 수 있는 아이를 죽음으로 방치한 삼성은 언론을 통해 유족에게 공개사과 해야 한다며 "경찰은 삼성의 방관과 과실 책임에 대하여 엄정한 재수사에 즉시 착수하라"고 밝혔다. ⓒ미디어충청  
 
현재 김씨 유가족들은 △사건 당일 아침 아들이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지만, 삼성측에서 아들을 기숙사 방에 홀로 둔 점 △하루 10~15시간 노동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린 점 등을 이유로 회사쪽에 ‘자살 방조’ 책임을 묻고, 경찰에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또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은 언론을 통해 유족에게 공개사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보건의료전문가․법조계․학계․노동․인권․여성단체 등 사회인사 534명이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인사 선언’ 기자회견을 열기도 해, 이번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쪽의 관심도 쏠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잇단 자살 사건과 관련해 작업장 환경과 삼성측의 적절한 조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유가족의 반발도 거세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이들 자살 사건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이들의 자살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는 지난 11일부터 현재까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1곳(경향, 국민, 내일,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경제지 9곳(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이데일리,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중 한겨레가 유일했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10면 기사<“피부병․스트레스 힘들어해”>, 14일 12면 기사 <직원이 고통 겪다 자살했는데…삼성 “돈 줄테니 장례 치러라”>를 보도했다.

또 같은 기간 KBS, MBC, SBS 저녁 메인 뉴스에도 삼성 직원들의 자살 관련 뉴스는 없었다.

   
  ▲ 14일자 한겨레 12면.  
 
이에 관련 삼성전자의 작업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이에 침묵하는 언론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유가족측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이자 1등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입사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과로에 시달리고 각종 질환에 걸리는 현실”이라며 “노동자의 죽음 이면에는 삼성 내부의 실상을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폭스콘의 투신 자살 보도를 예로 들며 “먼나라  얘기는 그렇게 많이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사실상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언론이 언제까지 침묵을 할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아이폰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하청업체인 대만 기업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잇딴 투신 자살을 하자, 상당수 언론이 ‘폭스콘 자살 신드롬’, ‘피투성이 애플’, ‘아이폰 노동자 자살’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삼성 LCD 사업부 홍보팀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본사 홍보팀에 문의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고, 삼성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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