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현재의 고용노동부하에서 노동조합 설립 신고가 당연히 반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것이 노동조합법상의 법리적 해석의 문제이든 아니면 청년들의 움직임을 정치적 맥락에서 해석한 것이든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 신고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건 노동계에 오래 있어 보지도 않은 내가 봐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언론’이었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친기업 언론이 다수인 상황에서 처음부터 대부분의 언론은 노동자에 대한 개념 규정이나 헌법에서 보장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보장되지 않는 노동3권의 문제들 따위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다수의 친기업 언론은 ‘백수’들이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식의 ‘세상에 이런 일이?’ 느낌의 소재로 이 사태를 인식한 듯 보였고 내보내는 기사 역시 ‘가십’이나 ‘토픽’ 뉴스란에 실릴만한 내용이었다. 지난 시기 내내 언론에 아쉬웠던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 문제가 ‘백수’들이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특이한 소재의 문제가 아님은 명확하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노동시장이 신자유주의적인 정책 기조에 따라서 구조조정 되고 노동유연화가 극대화되면서 ‘노동자’라는 개념에도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으며 ‘워킹푸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3권에 대한 수많은 학술적 논의와 정책적 토론이 이어졌다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청년’들이었다. 청년유니온의 고민을 조금 더 털어놓자면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따라 재편되는 동안 이 사회에서 배제되는 집단이 만들어졌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그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청년’들이 신자유주의에 의한 배제 집단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에서 배제됐다는 것은 당연히도 헌법에 보장된 각종 기본 권리로부터 배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거의 권리, 교육 받을 권리, 노동3권 등의 각종 기본권으로부터 배제된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청년’들이었다. 청년 실업문제, 청년 비정규직 문제 등은 사실 이런 구조 하에 있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판부는 “노동부는 재직근로자만이 법으로 규정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비정규직, 구직자 등도 노동을 제공하고 수입을 받는 이상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채용조건이나 그 자체를 두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에 의해 배제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고용’ 문제였고 ‘고용되어 있는 자’와 ‘고용되지 못한 자’ 또는 ‘원청에 고용되지 못한 자’들을 철저히 분리해 왔고 분리된 특정 집단들은 노동3권으로부터 배제돼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그것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설명이 좀 길었지만 이렇게 놓고 보면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과 관련된 논쟁은 그간 한국사회가 배제해온 일군의 집단이 본래 자신이 가져야할 기본권을 쟁취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여기에 그간 기본권의 후퇴를 경험했던 다른 노동자들의 문제가 함께 결부되는 듯하다. 이 시점에 와서 청년유니온은 좀 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것은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의 문제가 단순히 ‘구직자’, ‘실직자’들도 노조 설립이 가능하다는 법원 판례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지금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 문제는 오히려 이런 노동자들 전체의 문제 중 일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금 노동조합 인정의 문제로 인해 고용노동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공무원노조, 건설노조, 전교조 등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나아가 지난 80년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한국의 노동조합법, 헌법상의 노동3권에 대한 규정 등을 고쳐나가는 것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세계는 신자유주의 이후의 국제질서, 경제, 사회문화 따위를 논의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고민한다. 이제 한국사회도 ‘신자유주의 이후의 노동권’을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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