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삼간 집을 짓는 내 고향 정든 땅 아기염소 벗을 삼아 논밭을 가노라면 이 세상 모두 다 내 것인 것을~.” 홍세민, 설운도 등이 구수한 음색으로 부른 <흙에 살리라>는 흙에 대한 한국인의 정서를 잘 드러낸 노래이다.

흙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도심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여 있고, 산에 올라도 ‘흙산’보다는 ‘돌산’ 만날 때가 훨씬 많다. <흙(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이수영 옮김/삼천리 펴냄)>이라는 책은 잊고 지냈던 그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인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흙을 ‘지구의 살갗’으로 표현했다. 흙의 두께는 지구 반지름의 1000만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유기물이 활발하고 움직여 겉흙 10㎝가 만들어지는 데는 백년도 천년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흙의 소중함을 잊고 지낸다. 흙의 유실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심각성을 모른다는 얘기다. 저자는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나우루’가 어떻게 파괴됐는지, 카리브해의 ‘쿠바’가 어떻게 농업자생력을 갖추게 됐는지 살펴봤는데 차이는 흙이었다. 흙의 소중함을 아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엇갈린 운명은 ‘토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지닌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유기농을 권장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정부는 4대강 주변 유기농단지들을 없애고 있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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