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 강의 및 교재 연계율을 적용해 처음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언론 보도는 ‘EBS 연계율’과 ‘난도’에 집중됐다. ‘EBS 연계율이 70% 이상’이라는 교육당국의 발표가 먼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면, ‘문제가 어려워 EBS 연계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보통 수험생들의 불만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언론 보도는 ‘수능연계율’과 ‘난도’의 상관관계 속에서 길을 잃고 갈팡질팡했다는 지적을 샀다.

서울신문은 22일자 사설 <수능 EBS연계 수험생의 체감도 더 높여야>에서 2011년 대입수능시험이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며 내년부터는 수능과 EBS의 연계도를 한층 높이라고 주문했다. EBS 교재를 수능에서 활용할 때 난도를 낮춰 EBS 교재를 제대로 이해하고 푼 학생이라면 수능에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정답을 맞히게끔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이번 수능시험의 평가 잣대를 ‘EBS 연계율’에 맞춘 전형적 보도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서울신문 사설은 단순히 ‘EBS 연계율’이라는 잣대로 수능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BS 연계율이란 한마디로 EBS 교재와 유사한 문항이 얼마나 되느냐는 비율이다. 난도는 문제 풀이의 어려운 정도를 뜻한다. EBS 교재의 문항들도 난도가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실 EBS 연계율과 난도의 직접적 상관성은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EBS 교재를 많이 풀어본 수험생들은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보다 접해본 문항이 많아 다소 유리했을 수는 있을 것이다.

   
  ▲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8일 오전 서울 압구정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에 앞서 답안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점에서 ‘EBS 연계율’과 ‘난도’는 각각 별도의 잣대로 평가되고 분석돼야 할 영역이다. 난도는 기본적으로 수험생들의 학습 정도의 평가(혹은 목표 설정)와 함께 변별력 확보라는 2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수능 시험이 어려웠다면 바로 그런 점에서 분석 평가됐어야 했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EBS 연계율과 난도의 상관성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EBS 연계율은 높았지만 시험은 어려웠다’는 수험생들의 ‘체감지수’에 주로 의존하는 현상적 보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고교 교육의 목표나 정상화 차원에서 이번 수능시험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검증이나 분석은 거의 없었다.

EBS 연계율에 대한 언론의 보도도 지극히 피상적 분석에 그쳤다. 대다수 언론들은 ‘EBS 연계율 70% 이상’이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계율 70%’가 실제 수험생들과 고교 교육에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언론은 거의 없었다. 가령 EBS 언어영역 교재만 10종에 이르는 등 연계율 70%를 실감하기 위해서는 전 영역에서 40종 가까운 교재를 모두 풀어봐야 한다는 점에서 ‘연계율 70%’는 체감지수와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인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이전 수능출제위원들이 문제를 낼 때 EBS 교재를 참고하지 않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라면서 “이번에는 다만 EBS 교재를 펴놓은 채 70%라는 수치를 맞춘 것뿐”이라고 말했다. 연계율 수치에 그리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언론들은 연계율 수치에만 주목했다.

교과부가 수능시험을 EBS 강의 및 교재와 연계하겠다고 한 주된 이유는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EBS 강의만 잘 들으면 수능시험을 잘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의 지적처럼 “교과부는 EBS 교재만 공부해도 수능 문제의 70%는 맞춘다 했지만 나머지 30%를 놓고 학생들은 결국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는 게 문제다. 나아가 EBS 연계율이 높아질수록 ‘EBS 강의와 교재’가 학교 교육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부작용도 크다. 그 뿐인가. ‘EBS특강’이 사교육시장의 ‘이머징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이 놓친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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