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able이 USA Today까지 삼켰습니다. 기존 언론에 콘텐츠를 신디케이션 한 사례는 메트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삼키다는 술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겐, 어색하지 않습니다.

팩트대로만 설명드리자면 USA Today가 Mashable과 콘텐트 공급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USA TODAY는 지난 5일 소셜미디어, 테크 전문 블로그인 mashable.com과 뉴스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를 했는데요. 이에 따라 매셔블의 피처 기사와 웹 가이드 콘텐츠 등을 USA TODAY에서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 이용 범위는 신문을 비롯해 온라인, 모바일, iPad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포괄적인 이용 제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역시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콘텐츠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Mashable의 Sharon Feder는 "독자 수요 관점에서 이번 제휴가 대단히 큰 규모의 변화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난 독자들이 긴 문장의 잡지 스토리든 짧은 블로그 포스트든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제휴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USA TODAY이 이번 파트너십은 technology와 gaming 콘텐트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USA TODAY에 처음 게재된 기사는 'Calculate taxi cab fares with Bing maps'으로 USA TODAY에 게시되기 이틀 전에 보도된 내용이고요.

문장의 큰 변화 없이 온라인에 게재됐더군요. 차이라면 블로그 특유의 마지막 문장 'What do you think of the competition apps so far?'이 빠져있었습니다. USA TODAY 내부 에디터가 일부 편집한 것으로 보입니다.

Mashable 등 소셜미디어의 주류 언론 진출

블로그 콘텐츠의 주류 언론 신디케이션 사례를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로컬 정치 블로거들과 제휴해서 'political blog network'란 서비스를 지난 5월 오픈했죠. 신규 뉴스 벤처인 The Bay Citizen도 뉴욕타임스 Bay Area 페이지에 지난 6월 4일부터 콘텐츠를 공급하기 시작했죠.

뉴욕타임스와 FiveThirtyEight라는 정치 통계 전문 블로그가 결합한 소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Yahoo의 Associated Content 인수도 넓게 보면 소셜미디어의 주류 미디어 진출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가운데 USA Today의 콘텐츠 확장 전략은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USA Today는 mashable의 콘텐츠를 공급 받기에 앞서 콘텐츠 팜(혹은 프리랜서 콘텐츠 커뮤니티)이라 할 수 있는 'Demand Media'와 함께 트레블 면을 공동 제작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블로거들의 전문적인 콘텐츠를 주류 미디어들이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한 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로 평가 받은 주요 블로그들이 주류 미디어의 틈새를 메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현재 영미권 언론의 흐름입니다.

한국 미디어 생태계에 주는 시사점

사실, 영미권에서 성공적인 블로그 콘텐츠가 생산될 수 있는 건 풍부한 프리랜서 인력의 존재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 사정은 잘 모르지만) 퇴직 기자들, 현장 컨설팅 전문가가 블로그 영역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이들의 오랜 취재 및 경험, 인맥이 건실한 콘텐츠 생태계의 밑 거름이 돼왔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IT 정보의 전진 기지, 정보 발생의 발원지인 미국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때문에 독자군이 글로벌해질 수 있었고 월 1500만 PV(매셔블의 경우)라는 경이적인 성과도 낼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생산 토양이 그렇게 척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한 유수의 기업들이 존재하고 다소 위상이 추락하기는 했지만 IT 강국이라는 브랜드도 아직 유효한 상황입니다. 아직 세계적인 눈길이 미치는 범위 내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잡지의 침체로 뛰쳐나온 전문 기자들이 곳곳에서 아직 활약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자 생활을 접고 다른 분야로 뛰쳐들어간 분도 적지 않긴 합니다.

국내에 없는 생태 고리

하지만 없는 게 있습니다. 틈새 전문 콘텐츠를 수용하려는 주류 미디어의 인식과 선례입니다. 블로그에 대한 불신, 잡지 및 온라인 등 비주류 기자에 대한 저평가 및 평가절하는 틈새 콘텐츠 비즈니스가 확산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죠.

독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류 미디어는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죠. 그나마 일부 포털 사업자가 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여전히 다른 세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블로그 콘텐츠의 잠재력, 독자 흡인력, 전문성과 다양성은 아직 외면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영미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류 미디어의 블로그 콘텐츠 수용은 생태계에 던지는 의미가 명확합니다. 좋은 콘텐츠만 생산되면 충분히 벌어먹을 수 있다는 신호죠. 콘텐츠 사업자가 펀딩을 받고 또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져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플레이어로 존중받고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닭이냐 달걀이냐 환원 논쟁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콘텐츠가 어엿하게 하나의 비즈니스로 존중 받는 생태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저널리즘이 주류 미디어가 커버하지 못하는 다양성과 전문성, 깊이를 보충해주고 주류 미디어는 이들의 가치를 존중해주고 평가하는 미디어 생태계.

이 생태계가 발산해내는 신뢰를 소비자들이 소비하는 이상적인 사슬구조가 국내에서도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잠시 꿈꿔봤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