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삼아 박 연구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배당했다. 박 연구원은 MBC 등과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 미국이 다 갖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 연구원은 "항적정보와 교신기록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을 지냈다. 대북 중대제안 등 주로 북핵·대미 업무를 담당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연구원은 연세대 삼민투 위원장 출신으로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구속된 바 있다. 영국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 강단을 거쳐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서 일했다.

노무현 서거 1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박 연구원은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도 어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북한은 버블제트형 어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버블제트형 어뢰라도 강한 직접 타격의 흔적이 남는다"면서 "어뢰 공격을 주장하려면 파공과 파편, 화약 흔적 등 직접 타격의 증거들을 다수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민주당 천안함 진상조사 특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한동안 국내에 머무를 계획이다.

   
  ▲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문제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또 인터뷰를 해도 되나.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것 같다.
"아침에 변호사를 만나 조언을 들었다. 변호사는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입 다물고 있으라고 고소한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입 다물고 있으면 지는 것 아닌가. 나는 사실만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사실만 이야기할 거고. 김 장관이든 누구든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다."

- 명예훼손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 기사를 보니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 이야기로는 김 장관이 나를 고소한 이유가 내가 정치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더라. 이거 참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어느 한쪽 입장을 대변한 것도 아니고 세 가지 가능성을 다 이야기했다. 좌초나 어뢰나 기뢰나 모두 정황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그래서 기초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항적정보는 군사기밀이 아니니까 당장 공개해야 하고 교신기록은 사고 직전과 직후 30분씩이라도 공개하라고 했다. 이게 허위사실 유포인가. 검찰이 나를 기소하려면 뭐가 허위사실인지 밝혀야 한다. 나는 항적정보를 공개하라고 똑같이 100번이라도 주장할 거고 100번을 고소해도 당당할 자신이 있다."

- 군이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보나.
"내가 뭔가 불편한데를 찔렀기 때문 아닐까. 노무현 전 대통령 모시던 사람들이 고생한다는 말 들었는데 나 혼자 따뜻한데 나가 있다가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시대의 고통에 동참하게 됐으니 받아들일 계획이다. 전두환 정권 때 공안부 조사를 받고 투옥된 바 있는데 역사가 25년 전으로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나를 정치범 대우 해줘서 고맙긴 한데 애초에 개인 간의 명예훼손이라고 하지 않나. 나중에 내가 무고죄로 김태영 장관을 고소하면 그때도 김태영 장관을 공안부에서 불러다 조사할 건가. 재판에서 승소하면 반드시 무고죄로 고소할 생각이다. 그때도 반드시 공안부에서 조사해주기 바란다."

-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가서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 부분만 떼놓고 보면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
"나는 우리 정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정보를 조작하거나 국민들을 속이려 한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자료, 그건 미국도 다 갖고 있다. 그건 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 있다. 합동군사훈련 중에는 당연히 미국과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내가 묻고 싶은 건 이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는데 왜 국민들에게 기초적인 정보조차도 공개하지 못하느냐는 거다. 배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던 중이었고 사고 직전에 어떤 상태였는지 항적정보만 있으면 많은 실마리가 풀린다. 천안함은 왜 그렇게 수심이 낮은 백령도 연안까지 흘러들어왔을까. 역시 항적정보만 있으면 설명이 된다. 미국도 알고 있는 정보를 우리 국민들만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건가."

-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모르겠다. 공개할 수 없는,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겠지. 뭘 꺼리는 걸까.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한 거다. 내가 방송 인터뷰에서 국방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나는 정부가 밝힌 것처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하려면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걸 국방부가 확대해석한 것 같은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건가."

- 민군 합동조사단은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가능성을 좁혀가고 있는 것 같다. 언론에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미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 것 같은가.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다. LA타임즈의 대니엘 핑크스톤은 많은 정부 관계자들이 기뢰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도 워싱턴에서 간접적으로 들은 바로는 중간 실무자급 인사가 어뢰가 아니라 기뢰라고 강하게 주장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민간 전문가들은 대부분 어뢰로 생각하고 있다. 수중 비접촉 폭발이라는 잠정결론에 대해서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다른 나라에서 온 전문가들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고 들었다. 아직까지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알고 있다."

-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면 어떻게 감시망을 뚫고 들어와 공격한 뒤 다시 빠져나갔는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북한 어뢰에 당했다면 세계 해전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가 될 것이다. 한때 청와대에서 국방정책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북한이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도발을 한 건 사실인데 지난 정부에서는 일방적으로 공격 당한 적은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연평해전 때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처음 사고 직후 어뢰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는 '우리 군이 이렇게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데 천안함을 치고 그래도 빠져 나갈 수 있느냐, 사고일 수는 있지만 적의 공격일 수는 없다'고 군 지휘부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유가 뭘까. 우리 군의 대비 태세가 그만큼 흐트러져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나는 좌초든 어뢰든 기뢰든 어느 것도 단정한 바 없다. 다만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군에서 먼저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군이 앞장서서 북한에게 당한 거라고 큰소리치고 다니면 그게 적의 사기를 높여주는 거 아닌가. 우리 군사력이 그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건데 너무 비참하지 않나. 보수신문들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날마다 떠드는데 만의 하나 북한의 공격이 아니라면 이런 보도 태도가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나. 이런 식으로 떠들어서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기습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겠나."

- 좌초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군이 최초에 좌초라고 보고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설령 좌초를 당했다고 해도 그거 부끄러운 일일 수는 있어도 치욕스러운 일은 아니다.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인데 군이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니 의혹이 계속 증폭되는 것 아닌가."

- 함체에서 화약이 발견됐다는 국방부 발표가 있었다. 어뢰 쪽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인데.
"좌초나 기뢰, 어뢰 가운데 가능성을 조정할 시점인 건 맞는 것 같다. 만약 독일제 화약이라면 기뢰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은 2차대전 때 만든 기뢰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적국이었던 독일제 화약을 쓸 리가 없고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뢰가 폭발한다면 직경 6~12미터의 넓고 얕은 구덩이가 생길 텐데 그걸 확인해 보면 된다. 좌초일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은 아닌 것 같다. 단순 좌초로 보기에는 절단면의 손상이 크다는 지적도 많은데 나는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현재로서는 어뢰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 버블제트형 어뢰는 미국만 보유하고 있다던데 사실인가. 고막 파열 환자도 없고 물기둥을 본 사람도 없다. 배가 두 동강 났는데 시신의 상태도 비교적 온전하고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버블제트형 어뢰가 아니라 어뢰나 기뢰에 의한 버블제트 효과라고 해야 한다. 합동조사단도 버블제트 효과라고만 했지 버블제트형 어뢰나 기뢰라고 하지는 않았다. 버블제트 효과는 기뢰가 폭발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어뢰라고 한다면 버블제트형 어뢰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일반 어뢰에 의한 직접적인 폭발과 파괴가 침몰 원인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기뢰만이 버블제트로 배를 두 동강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뢰에 의해 당했다면 쇼크웨이브는 오히려 2차적인 것이고 1차적인 것으로 직접적인 타격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버블제트를 만들어 두 동강 냈다는 식의 보도나 발표가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천안함이 피습당해서 파괴됐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 어뢰 충돌에 의한 버블제트 효과로 배가 두 동강 나는 일은 없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나.
"배에 부딪히지 않고 3~4미터 밖에서 물기둥을 만들어 배를 두 동강 내는 그런 어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뢰라면 직접 타격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1~2미터 앞에서 폭발하는 근접신관에 의한 어뢰라도 거의 직접 충돌과 같은 충격을 받는다.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물기둥 대신 물보라가 있었다면 이건 일반적인 어뢰 충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뢰에 부딪혔다면 찢어지고 뭉개지고 곳곳에서 피폭의 흔적이 발견돼야 한다. 연돌 뿐만 아니라 날아간 밑바닥에서도 당연히 화약이 검출되고 파편에 의해 뚫린 파공이 발견돼야 한다."

- 어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서도 어뢰라는 물증은 찾지 못한 그런 상황 아닌가.
"어뢰라는 걸 입증하려면 당연히 확실한 물증이 나와야 한다. 어뢰의 길이가 7.5m, 직경이 53cm 정도라고 해보자. 여기에 화약 부분이 1.5m 정도, 1800kg 가운데 200kg 정도만 화약이다. 나머지는 컴퓨터 부품과 추진장치와 프로펠러 등인데 이게 모두 사라질 수는 없다. 어뢰라는 결론을 내리려면 어뢰의 수평을 유지하고 방향을 유지하는 조향장치 등의 파편을 찾아야 한다. 알루미늄 파편도 중요하지만 미량의 화약이나 작은 금속 조각을 두고 결정적 근거, 스모킹 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변국을 납득시키고 UN까지 몰고 갈 어뢰라는 걸 입증하고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려면 다수의 정황증거, 신뢰할만한 증거, 그리고 확증인 스모킹 건이 복합적으로 발견돼야 한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정이다. 그래서 좀더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 함체를 인양한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스모킹 건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있다면 공개를 했겠지. 아직까지는 없으니까 공개를 못하는 거고. 앞으로 찾는다면 공개하겠지. 그런데 우리가 북한의 공격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주변국들을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군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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