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22일자 1면에는 나란히 성남시의회 관련 사진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 사진기사 제목은 <대한민국 이젠…‘쇠사슬 시의회’ 등장>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시의원들이 쇠사슬을 묶고 있는 장면이다. 조선일보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지는 동아일보 사진기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는 <어디서 배웠나…성남시의회 야 의원들 ‘쇠사슬 농성’>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실었다. 야당 의원들의 쇠사슬 농성을 지적하면서 국회 야당 의원들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내용이다.

   
  ▲ 조선일보 1월22일자 1면.  
 
   
  ▲ 동아일보 1월22일자 1면.  
 
여야 시의회 운영 과정에서 쇠사슬까지 등장했다는 것은 뉴스가 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왜 쇠사슬까지 등장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본질은 외면하고 ‘쇠사슬’만 부각시키는 것은 여론몰이 보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언론은 쇠사슬 의회의 부정적인 단면만 지적하고 성남시의회 여야 대치의 원인에 대한 심층 분석은 외면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2면 사진기사 제목을 <쇠사슬까지 등장한 ‘막장’ 지방의회>라고 뽑았다.

조선일보는 사설도 실었다. 제목은 <쇠사슬로 제 몸 묶어 ‘노예 쇼’ 벌인 성남 야당 의원들>이다. 조선일보는 “성남시는 작년엔 의리 의리한 ‘성남궁전’을 지어 올려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더니 이번에는 의회 의원이란 사람들이 쇠사슬로 제 몸을 묶는 ‘정치노예 쇼’를 무대에 올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소속 성남시장의 ‘성남궁전’ 문제를 야당 의원들과 연결 짓는 방법이다. 조선일보는 “성남시 의원들에겐 법원이 국회 경위들 멱살을 잡고 국민 세금으로 산 집기들을 내던지며 그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른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 무슨 응원가처럼 들렸던 모양이다”라면서 강기갑 대표까지 등장시켰다.

검찰이 무리하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의원직을 잃게 하도록 1년6개월을 구형했다가 불발에 그친 강기갑 대표 사건을 끄집어내며 공분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강기갑 대표 사건은 검찰이 공무집행방해가 아닌 단순 폭행 문제로 접근했다면 법원도 달리 판단할 여지가 있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설명이다.

성남시의회 야당 의원들이 쇠사슬까지 묶으면서 처리를 저지하고자 한 것은 성남시 광주시 하남시 통합안이다. 성남 광주 하남시민들은 왜 통합을 해야 하는지, 통합으로 어떤 이익이 있고, 문제가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한나라당 시의회 주도의 통합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시민들에게 의사를 물어서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한나라당 단독 강행처리에 맞섰고, 이 과정에서 쇠사슬이 등장하게 됐다.

쇠사슬이 등장한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의회독재’ 문제가 걸려 있었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한나라당 성남시의회 의원들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닮아서 야당을 무시하고 시민의사도 무시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중요 현안을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의회는 국회건 지방의회건 간에 합의와 조정, 그리고 마지막은 다수결의 원칙에 맡기는 의회주의적 의사결정을 아예 잊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좋은 말을 했다. 합의와 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마지막은 다수결의 원칙에 맡기자고 했다.

   
  ▲ 경기도 성남시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22일 0시 10분께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의견 제시안을 기습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밤과 오늘 새벽 사이에 성남시의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조간신문들은 마감시간 관계로 그 결과를 전달하지 못한 곳도 있다. 한나라당 성남시의원들은 지난 21일 자정께 시의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뚫고 3개시 통합안을 기습 처리했다. 야당 시의원은 “의장이 의장석에 앉지도 않았고, 의사봉도 벽을 두드렸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여당 시의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모습 어디서 많이 본 모습 아닌가. 이러한 모습이 조선일보가 주장한 합의와 조정 절차인가. 지방의회에서 정치가 사라진 이유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 의회를 독식했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인천 시도의원 선거구 234곳에서 한나라당이 100% 당선됐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서울 96, 인천 30, 경기도는 108곳 전부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 한 것이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한나라당 압승을 보도한 언론은 바로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 2006년 6월2일자 1면 <5·31 선거결과 ‘5대 충격’>이라는 기사의 일부분이다. 성남시장이 ‘성남궁전’ 논란에도 호화 청사를 강행한 것이나 성남시의원들이 성남 주민들의 반발해도 시 통합안을 강행처리한 것이나 민의를 수렴하는 의회의 기본 원칙을 지켰다면 가능한 일이겠는가.

한나라당이 싹쓸이 한 지방의회는 처음부터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힘든 구조였다. 권력 과잉의 폐해는 민주주의 기본 토대를 무너뜨린다. 삼권분립을 채택한 대한민국에서 입법부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사법부를 손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대법원장 차량이 보수단체 회원의 계란 세례를 받고, 급기야 법원이 판사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세상, 이런 게 진짜 '막장' 아닌가. 그 '막장'은 누가 유도하고 방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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