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된다는 소식과 함께 네티즌들이 몸을 사린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저작권법이라면 저작권을 보호하는 법일 텐데 아무 이유도 없이 네티즌들이 몸을 사려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아마 규제당국은 네티즌들이 제발이 저려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들이 모두 다 제발이 저려서 몸을 사린다고 생각하면 그것이야 말로 큰 착각이다.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등장한 이래 처음부터 전통적인 저작권 제도는 근본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작권 보호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결국 복제(reproduction)라는 병목(bottleneck)을 지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복제와 유통을 일상화해버렸다. 즉, 이제 더 이상 복제와 유통은 저작권 보호의 유효한 수단이 되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일반 이용자들이 날로 강화되는 저작권법에 대해서 갖게 되는 황당함은 근본적으로 일상적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복제와 유통을, 정체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 권리자로부터 허락을 받고 해야 한다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법적 요구에 있다.

한마디로 일반 이용자가 기존 저작권제도에 대해서 가장 불합리하게 느끼는 점은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고, 알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법 준수가 가장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과 경계선이 명백할 때다. 그런데 저작권에 관한 한, 그것도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있어서는 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알 수 없는 걸 지키라고 하는데 그리고 특별히 안 지킨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법을 위반했으니 합의금을 내라는 통지가 법무법인 사무실로부터 통지가 오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통지가 오는 것이다. 그것도 인터넷을 어쩌다 쓰는 어른들이 아니라 거의 인터넷을 생활의 일부처럼 쓰는 청소년들일수록 이런 일이 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불법 합법 여부 모호한 저작권법

이쯤 되면 도대체 저작권제도라는 것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그 존재의의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저작권 제도는 원래 근본목적이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저작권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실현하는 데 있었으며, 우리 저작권법에서도 “문화와 관련산업의 향상발전”이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문화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정보의 보다 활발한 생산을 위해서는 창작자에게 적극적인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을 법률로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창작행위는 본질적으로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이루어질 때 활발하게 만개할 수 있다. 도대체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잔뜩 위축이 되어서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창작행위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저작권제도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WTO 가입시 기본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협약중에 TRIPs 협약(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이라고 해서 저작권관련제도를 무역제재와 연결시킨 때부터였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TRIPs는 문제도 되지 않는다. 한미FTA는 이미 TRIPs 플러스(TRIPs보다도 저작권 보호를 더 강화시킨 요소를 일컫는다)를 담고 있으며, 거의 합의 최종단계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한EU FTA에도 저작권 관련 조항에 한미FTA보다 더 나아간 저작권 보호제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월 23일부터 발효된 소위 “3진 아웃제”는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도입하지 않고 있는 규제제도로서 저작권 위반에 대한 가부판단을 법원까지 갈 것도 없이 아예 행정부처가 내려서 계정을 차단함으로써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는가 하면, 관련 서비스사업자의 서비스까지 중단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법당국 '조심하지 않으면 다친다'는 엄포만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이 나라 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 사법부도 아닌 행정부의 제재대상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도 없는 상태에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친다”는 엄포성 경고만 받고 있다. 네티즌은 자칫하면 인터넷을 쓸 수도 없게 되고, 엄청난 합의금을 내지 않으면, 투옥될 수도 있다는 협박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아마도 지혜롭게 행동할 것이다. 이제 메일계정은 당연하고, 블로그나 게시판이나 파일공유 서비스도 해외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는 점차로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3진아웃제도가 TRIPs 플러스인 까닭에 이런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 외국사업자가 계정을 정지하거나 게시판을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와 산업을 어떻게 향상발전 시키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지만, 아마도 네티즌들은 대부분 그런 관심조차 없을 것이다. 늘 알 수도 없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네티즌을 범법자 취급하지 않으면 정체모를 권리자 편에만 서있는 주무당국이 무슨 일을 하든 신경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저작권관련 산업을 수출”하는 것만이 정책적 목적일 뿐, 저작권 본래의 목적인 “일반 이용자의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에 대한 목적의식을 상실한 규제제도와 규제당국이 처한 오늘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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