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정부 용역으로 작성한 언론법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가 날조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방송 소유 규제 완화의 경제 효과’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허위 조작한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자료를 내세워 ‘미디어산업 일자리 2만개 창출’이라는 거짓 광고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다. 

KISDI는 ‘우리나라의 2006년 GDP 중 방송시장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 2006년 우리나라 GDP를 8880억 달러에서 1조2949억 달러로 부풀렸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이 선진국 평균 0.75%에 못 미치는 0.68%라 축소 조작했다. 명백한 사기다. 허위로 부풀린 GDP 수치를 바로잡으면 우리나라 GDP 대비 방송시장 비율이 0.98%로 선진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방송시장의 GDP 대비 규모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 시장 포화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방송 소유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유발효과나 취업유발효과가 나타나기보다 과당경쟁으로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다. KISDI의 청부 용역 보고서는 이를 숨기기 위해 통계를 날조하여 사실과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했다.

   
  ▲ ⓒ변재일 의원실  
 
KISDI의 방송시장 통계 조작과 거짓해명

이 같은 조작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KISDI는 거짓해명을 거듭하고 있다. 2006년 우리나라 GDP 수치를 부풀린 것에 대해, KISDI는 자신들이 인용한 국제기구 ITU의 유료 데이터 통계가 ITU 홈페이지 통계와 달라서 빚어진 일이라 해명했다.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세계은행과 한국은행, IMF 등 모든 주요 기관에서 2006년 우리나라 GDP 수치를 ITU 홈페이지 통계와 같은 8800억 달러 규모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KISDI는 우리나라 GDP가 1조 2천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GDP 수치를 적용해 계산했다. KISDI는 이 출처 불명의 수치가 ITU의 유료데이터 수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KISDI 주장대로, ITU의 홈페이지 통계 수치와 유료데이터 수치가 서로 다르다면, 어느 것이 더 국제적인 신뢰도가 있는 수치인지 살펴보고 적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KISDI는 세계은행과 한국은행, IMF 자료도 무시하고 ITU 홈페이지의 수치도 애써 외면한 채, 유독 부풀려진 GDP 수치를 인용 조작함으로써, 우리나라의 GDP 대비 방송시장 규모를 축소시켰다. 명백한 통계 날조다.

영국 방송시장 규모도 확대조작

이뿐 아니다. KISDI는 이 보고서에서, 영국이 미디어 규제를 완화했더니 GDP 대비 방송시장 비중이 커졌다며, 2005년 영국의 방송시장 규모까지 허위로 확대 조작했다. KISDI 역시 해명자료를 통해 이 부분을 인정했지만, 허위 조작에 대한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게다가 KISDI는 영국의 2003년 2차 방송법 개정 이후 방송시장 규모가 정체되거나 심지어 하락하는 추세인 사실은 은폐했다. 여기에 대한 KISDI의 변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영국 정부의 2006년 이후 방송시장 규모 통계가 이전의 통계 계산 방식과 달라 조사의 일관성을 위해 최근의 수치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사 일관성을 중시하는 KISDI가 정작 보고서에서는, 조사 방식이 서로 다른 PWC와 구 방송위원회의 방송시장 조사 수치를 이상한 GDP 기준에 서로 다르게 억지로 끼워 맞춰가면서, 국내 조사와 해외 조사 모두 0.68%로 일치한다는 식으로 우기고 있다. 구 방송위원회 수치가 국제 비교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게다가 구 방송위원회와 PWC 수치 각각에 적용하는 GDP는 입맛대로 바꿔 대입했으면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조사의 일관성을 무시한 것이다. 정말 낯뜨거운 변명이다. 오죽하면 친박연대까지 앞장서서 KISDI를 규탄하고 나섰겠는가.

문제제기 언론에 소송제기 으름장

   
  ▲ 전국언론노동조합 이진성 정책국장  
 
거짓 보고서에 거짓 해명까지, 국책연구기관의 청부용역 날조 보고서의 진상은 이미 명백히 드러났다. 그런데도 KISDI는 이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 보도를 향해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적반하장에 후안무치다. KISDI가 당장의 당혹감 때문에 어설픈 거짓 해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다.

지금이라도 보고서 조작 사실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만이 그나마 국책연구기관 KISDI가 명맥을 유지하는 길이다. 아울러 이런 거짓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민의 혈세를 들여 언론악법 경제 효과를 허위 광고해 온 정부와 한나라당 역시 이번 대국민 사기극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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