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국민위) 광주지역 공청회에서 한 대학생이 대기업의 방송 진출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데 타당한가 물었다. 그러자 최홍재위원(한나라당 추천)은 OECD와 우리나라의 GDP 대비 방송시장 규모를 수치로 비교하며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어찌나 정확하게 인용하는지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다.

최홍재 위원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근거로 공영방송의 광고금지로 인한 광고시장 변화와 전체방송시장 규모의 선진국 수준 성장을 내세웠다. 먼저 광고시장에 있어 한나라당 추천 위원답게 수신료를 기준으로 공영과 민영을 갈라 치며 정병국의원의 ‘공영은 공영답게 민영은 민영답게’와 ‘KBS 2TV 광고 이동설’을 주장한 나경원의원의 뻐꾸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말인 즉, 공영방송(KBS, MBC, EBS)을 수신료로 운영하면 여기로 흘러갈 광고가 유효광고시장을 키워 얼마든지 방송사를 유지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여당쪽 추천 미디어위원인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이 20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진술인 대신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여당쪽에선 이문원 전 안티포털사이트 운영자, 포털 피해자인 김명재씨, 김민웅 광주대 명예교수, 이종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분쟁조정팀장이 참석했다. ⓒ이기범 언론노보 기자  
 

검증해보자. 공영방송의 광고 이동이 주는 여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나라당이 구상중인 ‘공영방송법’과 완전경쟁의 ‘미디어렙’도입을 위한 법률 제정을 전제해야 한다. 두 법률은 미디어국민위가 논의하는 것 보다 더 큰 쟁점이 될 수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뜻대로 된다는 가정아래 미디어경제의 생태환경을 유지하거나 확장 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자. 가능한 방법으로 KBS․EBS에서 이동하는 광고량과 수용대상 매체, 미디어렙 도입이 가져오는 광고시장 변화를 예측하여 방송사의 제작비를 포함한 영업비용 증가분을 광고매출 변화량 등에 더하고 빼면 얼마의 새로운 재원이 발생하며 경제적으로 유지 가능한 방송사는 얼마나 되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먼저 광고이동의 경우, 공영방송에서 광고를 제외시키는 방안은 몇 가지 있지만 가장현실적인 방법은 KBS․EBS의 모든 재원을 수신료와 기타 수입으로 하고 상업광고를 전면 제외시키는 방법과 재원 중 광고 비중 상한을 20%로 제한하는 안이 있다. 그 외 MBC를 수신료로 운영하는 경우는 9700여억 원의 수신료를 추가 징수해야하고 민영화 문제가 걸려 실현 가능성은 없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한나라당의 공영방송법(가칭)이 정하는 KBS 광고상한 20%제한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08년 방송산업 실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BS 매출액은 1조3천7여억 원, 광고매출은 5930억 원이다. 광고수입 상한을 매출액의 20%로 제한하는 경우 KBS에서 이동하는 광고재원은 2601억 원이다. 하지만 KBS 2TV와 2FM에서 이동하는 광고가 다른 지상파와 신규 종합편성․보도전문채널로 이동하리란 예상도 지나치다. KBS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으로 함께 이동해야 광고도 따라 이동한다. 그렇지 않다면 광고는 뉴미디어 등 다른 매체가 흡수하여 방송사에 대한 분배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둘째 방송광고시장의 미래 예측이다. 2002년 이후 지상파방송광고 매출은 매년 1천억 원 가량 감소하고 있으며 2008년은 무려 2115억 원이나 줄었다. 중간광고를 도입하는 경우 추가로 광고재원의 증가 없이 채널 내에서 프로그램 광고가 중간광고로 이동하는 효과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매년 지상파에서 이탈하는 1천억 원 정도의 광고매출을 겨우 유지효과에 그쳐 광고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 외 광고총량제 등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해야 하는 것으로 광고시장 확장을 위한 요소로 적용할 수 없다. 완전경쟁의 미디어렙이 도입되는 경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07년 기준으로 판매율 변화 없이(80%로 가정, 올해 광고 판매율은 50% 이하)광고가격만 변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지상파 광고매출이 6.8%, 1443억 원 증가한다고 했다.

   
  ▲ 최홍재 위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셋째 방송사의 제작비 증가를 포함함 영업비용의 증가를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전 2007년 기준으로 지상파방송사의 제작비는 전년 대비 1177억 원(12.8%) 늘었다.

결론으로 광고매출 변화와 방송사 영업비용을 계산하여 영업수지를 예상해 보자. KBS에서 광고이동 매출이 2601억 원, 중간광고 도입은 지상파방송광고의 유지효과 뿐으로 매출액 확대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미디어렙 도입으로 지상파방송광고 1443억 원이 늘어나 방송시장에 총 4044억 원의 광고매출이 발생한다. 그러나 매년 제작비와 기타 비용의 증가 약 1500억 원을 감하면 낙관해도 시장에 떨어지는 광고는 2500억 원 정도다. 그것도 30년 가까운 세월 인상이 요원한 TV 수신료 인상을 전제하고서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떨어지는 2500억 원을 재원으로 타임워너 같은 거대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만들겠다고 난리다. 일자리 2만 1천개도 여기서 나온다고 한다. 2007년 SBS 광고매출액이 5282억 원이다. 한나라당이 만들어낸 광고시장이 겨우 SBS 한해 광고매출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정도면 SBS는 슈퍼 미디어그룹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다음으로 최 위원이 수치까지 들어가며 너무도 당당한 바람에 깜빡 속을 뻔 했던, OECD 수준으로 증가하다는 우리나라 방송시장규모의 예측을 보자. 최위원은 KISDI 보고서 ‘방송규제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인용하여 OECD 국가의 방송플랫폼 시장규모는 GDP의 1%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0.68%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 특히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며 그 정도 수준이면 KISDI 보고서와 같은 일자리 창출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틀렸다. KISDI는 감히 우리나라의 성장을 일본(0.7%)보다 높은 0.75%로 예상하여 시장규모를 예측했다.

일본의 방송광고주가 될 수 있는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산업규모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고 매출규모도 커다. 유료방송 가입대상이 되는 가구 수도 우리나라가 1800만 가구인 반면 일본은 4400만 가구다. 유료방송 시청료를 지불할 능력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1,6160달러, 일본은 3,6021 달러다. 방송법이 개정되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 수준이 되고 산업규모가 일본과 같아지며 인구도 일본과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말과 다름없다.

최홍재 위원은 KISDI 보고서를 제대로 분석조차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상상이 넘쳤다. 한나라당 성향의 위원들이 여론조사의 당위성에 밀리자 말을 바꿔 미디어 실태조사를 하자고 나왔다. 그들이 진정 실태조사를 하고자 한다면 이런 기초적인 조사부터 먼저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일자리가 2만 여개나 늘어나고 일본보다 방송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황당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은 좀 인기가 시들하지만 한때 장안의 화재였던 ‘상상 플러스’의 주제어 “최홍재씨 틀렸습니다. 공부하세요.” 물론 이 말을 듣기 전에 깔때기로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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