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경민 앵커 끝내 교체

MBC 엄기영 사장이 기자들의 반발에도 신경민 앵커를 교체하자 MBC 기자회가 주축이 되어 보도국장·보도본부장 사퇴와 사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전면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등 MBC 경영진과 기자·노동조합 사이의 갈등의 골이 커지고 있다.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26기·93년 이후 입사) 136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엿새째 전면 제작거부를 벌였고, 이날 오후 3시 비서실을 통해 엄기영 사장에게 △앵커교체 즉각 철회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사퇴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 공정한 뉴스편집을 위한 논의에 응할 것 등 전날 밤 총회를 통해 결의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D공개홀에서 MBC 보도본부 기자들이 엄기영 사장의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교체를 규탄하며 보도국장·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 비대위에는 이날부터 41기 기자 7명과 뉴스편집 담당기자 7명, 앵커 4명 등 뉴스제작 필수 인력 18명도 행동을 같이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도 이날 오전부터 △보도국장 사퇴 △엄기영 사장 사과를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10층 임원실 앞 복도에서 무기한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MBC본부 내 19개 지역MBC 지부는 서울로 보내는 지역뉴스 송출을 중단했다.

김연국 보도본부 비대위 대변인은 “정권에서 신경민 앵커에 대해 오래전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며, 전 보도국장은 지난 7일 보도본부 기별 대표회의 자리에서 ‘청와대 압력이 있었던 것을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기도 하다”며 “신 앵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권력이 불편해하는 뉴스’를 지켜낼 수 있느냐에 대한 가치, 권력으로부터의 언론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제작거부와 보도국장 불신임투표 실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MBC 고위관계자는 15일 열릴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보도국장 사퇴 요구는 앵커 교체라는 인사권 결정을 뒤집으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수용하긴 어렵지만 사태 해결을 위해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를 요구해오는 게 있다면 타당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본부의 한 간부는 “전영배 보도국장이 ‘MBC 경영진이 임원회의를 통해 국장 보직사퇴 또는 교체요구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편집회의서 전했다”고 말했다.

   
  ▲ 엄기영 MBC 사장. 이치열 기자  
 
MBC 경영진의 완강한 입장에도 MBC 안팎에서는 투쟁지지, 앵커교체 규탄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MBC 카메라기자 차장·평기자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경영진의 오판으로 인해 MBC는 언론으로서 지켜야할 가치와 신념, 자존심을 버린 대가를 더 혹독하고 길게 치를 것”이라며 보도국장 사퇴와 뉴스공정성 회복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방송기자연합회(회장 민필규)도 성명에서 “권력에 굴복하려는 회사를 살리고, 방송의 독립과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MBC기자들의 의지와 열정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완결판”이라며 “비판 MBC의 상징이라고 하는 MBC의 간판급 언론인인 신경민 앵커를 전격 교체해 MBC를 장악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특정인의 교체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쉽지 않았던 일”이라며 “이번 사건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력으로부터의 압력이 주였다는 것이 견해”라고 지적했다.

뉴스인력 제작거부가 확대됨에 따라 MBC의 뉴스제작과 진행도 차질이 불가피해져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는 이정민 아나운서(주말 포함)가, 낮 12시 <뉴스와 경제>는 최율미 아나운서가 각각 단독진행을, 마감뉴스인 <뉴스24> 진행은 김주하 앵커 대신 신동진 아나운서가 맡기로 잠정 결정됐다. 신경민 앵커의 교체에 따라 <뉴스데스크> 진행은 김세용 주말 앵커와 박혜진 앵커가 진행한다.

신경민 앵커는 지난 13일 마지막 진행을 통해 “지난 1년여 제가 지닌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지만 이번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서 답답하고 암울했다”고 밝혔다.
한편, MBC는 함께 논란이 됐던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에 대해선 이번 봄 개편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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