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판결에서 법원이 우리나라 헌법의 표현의 자유, 계약의 자유, 영업의 자유에 대한 수호자임을 명확히 천명하였다.

그러나 시민들이 조중동에 대해서 분노한 것은 단지 그 논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불과 몇달 전에 보도했던 사실조차도 완전히 뒤집어서 보도함으로써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윤리를 배반하고 독자를 조롱하는 등 이들 언론사들이 보여주는 반사회성에 대한 모욕감 때문이었다. 또한 이들 언론사들은 광고주들과 계약을 체결할 뿐 아니라 독자들과도 계약을 체결한다.

애써 사건의 정치성 부정하려한 법원 판결

따라서 언론사 역시 민법상 계약의 한 당사자로서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할 책임을 진다. 소비자는 신문의 구독자이자 광고의 독자이기도 하고 해당 언론사가 광고주와 계약을 하는 근거와 담보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는 광고주에게 당연히 해당 언론과 광고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광고주가 광고계약을 해지할 권리 역시 영업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법원은 또한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해 “이 사건은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에 대한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보도태도에 대한 불만으로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일어난 사상 초유의 대규모의 강력한 광고중단압박운동으로서…광고주들이 광고중단을 약속하는 사과문을 발표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여 사회문제화된 사건으로 정치적 의도와 무리한 기획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라고 기술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 그에 대한 조중동의 보도태도와 시민들의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등이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애써 이를 “사회문제화된 사건”으로 간주하면서 검찰이 이를 기소한 것을 정치적 사건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안쓰러운 느낌마저 든다.

법원이 “조중동폐간 국민캠페인” 카페의 운영진들에게 형법의 공모공동정범 이론을 적용한 대목을 보면 우리 법원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구성과 생태, 누리꾼들의 행동방식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법원은 판결문에서 “위 카페에 가입하려는 회원들은 ”조중동폐간국민캠페인에 대한 생각“에 대한 질문에 ”반대“라고 대답하면 가입이 허락되지 않고, 조중동은 쓰레기 신문이다“라는 질문에 ”반대“로 대답하면 준회원 자격밖에 주어지지 않아 대부분의 게시글을 읽거나 쓸 수 없어 상당수 회원들은 위 운동에 동참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인터넷 이용자중에 카페 가입절차를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가입하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소비자운동·인터넷 통념, 무지한 건가

법원은 이처럼 단편적으로 나타나는 조중동 광고주에 대한 항의전화의 쏠림현상과, 광고중단 요구에 불응할 경우 더 강력한 방식으로 진행할 것 같은 겁박, 전화걸기 그 자체를 수단으로 하는 등의 집단 괴롭히기 양상으로까지 진행된 점 등을 열거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광고중단 압박행위는 “당시 사회 분위기에 비추어 보아 사회통념상의 허용한도를 벗어나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고 결론지었다.

   
   
 
소비자단체에 몸담고 있는 필자도 그렇지만 업체들까지도 이러한 소비자들 하나 하나의 전화행위가 “사회통념상의 허용한도를 벗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원이 생각하는 사회통념이 괴리되는 것이야말로 사회위기의 직접적인 징표이다. 법원은 사회통념을 거론하기 이전에 법원의 통념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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