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라 촌사진만 찍는다고 친구들한테 꽤 놀림도 받았습니다. 헌데 이제는 찍고 싶어도 못찍는 풍경이 됐어요.”

사진집 ‘마음의 고향’(사진예술사)을 발간하고 7월1일부터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동아일보 사진부 김녕만차장(46)은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그가 대학생(중앙대 사진학과)이었던 71년부터 78년까지의 시골 풍경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여기에 사진기자 시절 짬짬이 찍은 사진들이 보태졌다.

그는 대학생 시절 방학 때만 되면 사진기를 둘러메고 그의 고향인 고창 구석구석을 파인더에 담아냈다. 장닭이 싸리울에 올라서 있는 모습, 바쁜 모내기철 선 채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촌아낙, 화롯가에 웅기중기 모인 등걸같은 손, 촌로가 소판 돈을 양말섶에 찔러넣는 우시장 풍경 등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그는 ‘모든 사람의 어머니인 고향’을 찾아내고 기록했다.

그 어머니는 ‘돌덩이 같은 자식을 금덩이로 여기는 사랑’에 다름 아니다. 한 독자는 신동아에 실린 그의 사진에 몇달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옛모습이 찍힌 것을 보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미친 사람처럼 쏘다녔어요. 한번은 눈보라가 심한 겨울날 우편배달부를 찍으러 하루를 꼬박 따라다녔어요. 이 배달부가 자꾸 따라다니니까 잠깐 한눈을 팔기만 하면 어디론가 도망가버리는 거예요. 그래도 기어이 따라가며 계속 사진을 찍어댔죠. 나중엔 지쳐선 지 신경도 안쓰더라구요. 그날 눈보라가 얼마나 거셌던지 숱하게 넘어지고 엎어지고 했죠.”

그는 이전에도 ‘노래가 하나 가득’ ‘고향’ ‘유머가 있는 풍경’ ‘판문점’ ‘광주, 그날’ 등의 사진집을 세상에 내놓았었다. ‘마음의 고향’은 그의 여섯번째 사진집이다. 그의 사진집은 사진기자의 역할이 뉴스만 기록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판문점에 나가 남북대표가 악수하는 사진만 찍지 않는다. 철조망에 핀 민들레 한송이, 비무장지대를 오가는 새떼들. 눈을 돌리면 역사는 도처에 널려 있다.

“늘 깨어 있어야죠. 사진기자가 보지 않으면 수백만의 독자가 못보게 되니까요.”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