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과 삼성의 반격에 대해 동아·조선·한국 3사는 표면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차제에 재벌언론의 폐해를 지적하고 재벌과 계열 신문 간의 고리를 끊어놓겠다는 목표는 변함없기 때문이다. 이 목표에 부합하도록 지면을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갖고 있다. 최근 신문전쟁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각이 “재벌신문도 나쁘지만 신문재벌도 마찬가지”라는 양비론으로 흐르는 등 독자들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은 지난 주말들어서부터 보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달 16일자 이후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 방침을 바꿔 ‘선별적 공격’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중앙과 삼성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재탕, 삼탕 기사도 마다하지 않던 편집방침을 바꿔 기사요건이 갖춰지고 제대로 된 사실(fact) 위주의 기사만 선별적으로 싣기로 한 것이다.

고위간부 내에선 최근 남원당 지국 살인사건 이후 너무 감정적 대응을 했다는 문제제기도 부분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대했던 독자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 “중앙과 삼성을 공격하는 것만 기사냐”라는 독자들의 불만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측은 “이번 기회야 말로 재벌언론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데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이 가시적인 개선 대책을 내놓을때까지 장기전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도 보도의 수위를 조절하기는 마찬가지. 동아의 한 관계자는 “재벌언론의 폐해를 뿌리뽑겠다는 원칙엔 변함없다”며 “그러나 초기의 집중포화는 앞으론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내 일각에선 “조선과 중앙의 싸움에 우리가 너무 깊숙히 개입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최근 “재벌언론-언론재벌이란 양비론이 있지만 둘 다 아닌 곳은 한국일보 뿐”이라며 “이런 점을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한국의 한 관계자는 “이제 무차별적인 공세보다 재벌신문의 폐해를 차분히 지적해내고 우리가 유력지 가운데 가장 투명한 경쟁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3사는 중앙과 삼성의 정정보도 신청에 대해선 “아직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