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전쟁에 대한 조선, 동아, 한국 3사 사주의 움직임은 표면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이 싸움이 사주들의 의중과 구상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하나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의중은 주로 고위간부들의 움직임을 통해 읽혀지고 있다.

사주들의 움직임이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은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의 경우다. 경기도 고양시 남원당지국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난 16일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은 17일자 동아일보 가판에 ‘재벌언론의 폐해’를 지적한 기사를 보고 “피해 당사자는 우리인데 어떻게 동아보다 더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느냐”며 편집국 간부를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회장의 질책 이후 조선의 공격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방회장은 현재까지도 이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방상훈 사장은 이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사주가 입게 될 손상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일각에선 방회장이 이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마당에 방사장까지 나설 필요가 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현재 중앙과 삼성에 대한 대응은 안병훈 전무가 책임을 맡고 있다. 안전무는 조선이 치룬 굵직굵직한 싸움, 이를테면 조선-평민당, 조선-국민당 사건 때도 ‘야전사령관’을 맡았었다.

한때 이번 사태와 관련 동아, 조선, 한국 사주의 회동설 등이 나돌아 3사 간 모종의 연합전선이 논의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지만 3사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 미묘한 시기에 무슨 오해를 살려고 그런 짓을 자청하겠느냐”는 설명이다.

중앙일보 홍석현사장은 15일 남원당 사건을 보고받고 “당장 독자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곧이어 있은 중국 방문 때 이번 사태가 중앙과 삼성에 대한 집중 공격으로 확산되자 사장실 기획국 산하에 특별대책팀을 구성해 직보라인을 만들었다. 홍사장은 이 직보라인을 통해 3사의 동향및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보라인은 홍사장을 정점으로 배종렬 부사장-금창태 전무-특별대책팀장인 이규진 기획국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중앙일보가 3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것, 대응의 수위를 서서히 높여가는 것도 이 라인의 분석과 방침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삼성 이건희 회장과 중앙 홍사장 간에 공동 대응방안 논의 등 의견교환이 있지 않았느냐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에 대해 중앙과 삼성은 “그렇지 않아도 내부자거래니 뭐니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자충수를 두겠느냐.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중앙과 삼성의 대응을 지켜보면 어떤 식으로든 공동보조는 맞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은 최근 이번 사태에 대해 “너무 과열됐다”며 “이쯤에서 수위를 조절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김회장의 지시는 향후 동아가 취할 대응 방향을 시사해주고 있다.

한국일보 장재국 회장은 이번 신문전쟁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과열경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자신들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차제에 판매의 투명성을 독자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회장은 그동안 방영해온 ‘한국일보의 아침브리핑’이라는 TV 광고 내용을 7월말부터 한달 동안 ‘균형있는 신문’이란 내용으로 바꿀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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