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전쟁’이 제 2 라운드를 맞고 있다. 중앙과 삼성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겉보기엔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뭍밑으로 들어가보면 이와는 사뭇 다른 기류를 읽을 수 있다.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반격과 동아·조선·한국 등 반중앙-반삼성 신문 등의 대응을 살펴본다.


중앙일보의 대응

중앙일보는 최근 동아, 조선, 한국 3사의 사주 및 고위간부들의 비위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도록 기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실제로 3사의 경영실태 및 사주의 재산과 관련된 자료와 증언을 은밀히 탐문하고 있다.

그간 증권가 사설 정보지에 나돌았던 모 신문사 사주의 불법토지 매입설, 카지노 및 사채 개입설, 또 다른 신문사 고위 간부의 부동산 매입설에 대해서도 취재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얼마전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조선일보 방씨 일가가 갖고 있는 자택과 별장 등에 대해 항공촬영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의 이런 움직임은 전면전을 대비한 ‘실탄 비축용’이다.

그러나 중앙이 섣불리 전면전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사가 중앙의 사주인 이건희 회장을 겨냥해 ‘치명타’를 날리기 전까진 전면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앙이 이회장에 대한 치명타를 막기 위해 현재 확보된 실탄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앙은 이번 신문전쟁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에 대해선 원치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면전까진 아니더라도 가능한 선의 대응은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특별대책팀’을 꾸리고 3사의 보도를 분석, 오보로 판명난 것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제기한 것은 동아, 조선, 한국을 상대로 한 총 4건. 중앙은 언론중재위의 결과를 지켜본 뒤 법적 대응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중앙의 이런 대응은 ‘중앙 죽이기’ 보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지면을 통해서도 간간이 반격하고 있다. 24일자 1면 사고를 통해 “몇몇 신문이 자성함은 없이 무리를 지어 중앙일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왜곡·과장 및 덮어씌우기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데 이어 29일자 1면 문병호 편집부국장 컬럼을 통해 “일제 식민치하에서 내선일체를 주창하던 친일어용지를 금광 거부 방응모선생이 인수해 중흥시킨 것이 조선일보 아니던가”라고 조선의 ‘과거’를 언급했다.

중앙은 ‘우회적 전술’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6일자 1면 머릿기사로 ‘성혜림 망명설 사실 아니다’는 기사를 게재한 것. 성혜림 망명설은 조선일보가 ‘세계적 특종’이라고 자찬해마지 않던 것이었다. 중앙이 조선을 겨냥해 이 기사를 준비했는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중앙은 조선에 치명타를 입혔다.

중앙일보는 자신들의 입장을 사내외에 설명하는 작업에도 분주하다. 지난 22일 현관과 호암아트홀 앞 로비에 3사의 보도에 대한 반박 자료와 함께 중앙일보를 포함한 다른 신문의 경품을 전시했다. 같은날 ‘최근 언론사태에 대한 진상’이란 소책자를 사내외에 배포하기도 했다.

삼성의 대응

삼성그룹은 15일 사태 이후 3사에 대한 전 신문에 광고집행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우리를 공격하는 신문에 실탄까지 대줄수는 없지 않느냐”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최근 삼성은 신문전쟁 전 결정한 사항이긴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신문에 집행하는 총광고량 가운데 30% 이상을 축소하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등 전반적 불경기로 총광고액을 축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광고물량 축소는 당장 전 신문업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LG와 대우도 삼성의 움직임에 맞춰 서서히 광고량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 일각에선 이번 신문전쟁이 삼성의 광고물량 축소 때문에 빚어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은 그룹사 전체 차원에서 3사의 삼성 관련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신청하는 한편 법적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정정보도 신청자와 내용 및 대상을 살펴보면 △삼성생명 / ‘고객에게 불리한 부당약관’(조선 21일자) △삼성물산 / ‘삼성 고유업종 무차별 침범’(조선 20일자) △삼성데이타시스템 / ‘삼성의 미행’(조선 18일자) △중앙개발 / ‘용인에버랜드 안전시설 미비’(한국 22일자) 등이다.

이들은 언론중재위 결과를 보고 법적 대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또 ‘삼성 죽이기’ 정보가 경쟁그룹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고 이들 그룹에 대해서도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경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3사 신문에 대한 삼성의 절독 움직임도 일고 있다. 최근 삼성 계열사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선 눈에 띄게 3사 신문 절독자들이 늘고 있다. 조선일보 판매국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선일보 구독자를 조사해 조직적으로 절독을 지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절독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아마도 3사에 대한 삼성 직원들의 반감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대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을 간첩집단으로 모는 등 넘지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게 고위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족벌신문사 주의 폐해에 대해 모종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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