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소유 신문사는 모기업이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후원자’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신문들은 공정경쟁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최근 일고 있는 신문사간의 공방도 이같은 시각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공정경쟁을 거론할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재벌 소유 신문사의 ‘내부자 거래’ 혐의다.
한국적 기업 관행에서 재벌그룹의 소속 신문사 밀어주기는 사실상 관행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탓인지 이같은 관행은 지금 법적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한 부수 확장, 광고 혜택등 재벌 소유 신문의 내막을 살펴본다.



광고밀어주기

중앙일보와 삼성에 대한 일부 신문들의 집중 포화가 한창이던 지난 26일. 한 신문사 광고국은 삼성그룹의 중앙일보 광고 지원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 놓았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에 1년간 실린 삼성그룹 광고 전체 단수를 비교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95년 7월 1일부터 96년 6월 30일까지 중앙일보에 게재된 삼성그룹의 광고 단수는 총 6천9백41단이다.

이에 비해 조선일보는 2천9백86단, 동아일보는 2천5백72단, 한국일보는 2천6백69단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의 삼성 광고 물량이 다른 신문사에 비해 2.5배 가까이 된다. 광고의 차등 집행은 매달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광고국 관계자는 “금액으로 따지면 수백억원 이상의 차이가 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삼성그룹은 신문광고 집행 과정에서 중앙일보를 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중앙에만 단독으로 게재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굳이 이같은 비교가 아니더라도 재벌사의 관련 신문사에 대한 광고지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화그룹이 소유한 경향신문을 보자. 지난해 1년간 이 신문에 한화종합화학이 집행한 광고료 금액은 모두 85억 5천2백만원. 그 전해는 57억4천만원이었다. 1년사이에 28억원이 증가했다. 매년 한국광고데이타가 집계하는 1백대 광고주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5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광고집행액은 1백10억원정도. 3분의 2 이상을 계열사인 경향신문에 준 것이다.

일반 소비재 산업에 대한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한화그룹의 경우 신문 광고시장에선 물량을 적게 집행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경향신문 입장에선 사실상 가장 큰 광고주 역할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화에 대한 광고 의존도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한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일보의 현대그룹 의존도도 중앙이나 경향과 다를바가 없다. 신생지의 특성상 그렇지 않아도 다른 신문에 비해 광고단가가 싼 문화일보는 거의 매일 3-4개면을 현대그룹 계열사 광고로 채우고 있다. 지난해 문화일보가 현대 관련사를 대상으로 올린 매출액은 총 3백35억원. 문화일보의 전체 매출액이 5백4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매출액 대비 비중도가 61%에 달하는 수치다. 문화일보는 현대전자를 상대로 1백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비롯해 인천제철,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 ‘현대그룹’ 전 계열사가 문화일보 지원에 나섰다.

문화일보는 현대 그룹 외에도 현대가 모태인 한라그룹,금강그룹,성우그룹 등도 단골로 등장한다. 중앙일보가 한솔그룹,신세계 등 삼성관련 그룹 광고를 자주 유치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모기업’ 때문이다.

재벌들이 자신들과 특수관계인 신문사에 대해 광고단가를 차등집행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가령 부수나 사세면에서 4대지에 뒤지는데도 불구하고 광고업계의 관행을 벗어나 4대지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일보의 한 광고국 고위관계자는 “각 신문사들이 매년 일률적으로 광고주들과 광고단가를 조정하는 만큼 자사 신문에만 금액을 차등 집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광고대행사 등을 통해 편법지원할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지급보증 등 금융대출 지원

경영에 도움을 주기위한 계열사 동원 지급 보증은 난마처럼 얽혀 있다. 보증을 받기도 하고 보증을 서주기도 한다. 경향신문은 한화종합화학, 한화에너지, 삼희투금, 한화기계등 한화계열사로부터 2천 8억원대에 달하는 차입금지급보증을 제공 받았다. 삼성그룹 관계회사들은 중앙일보에 1천1백47억원대의 지급보증을 서 주었다.

그런가하면 중앙일보는 삼성그룹 계열회사를 위해 금융기관등에 5백90억원대의 채무연대보증을 해주고 삼성항공 대출과 관련 산업은행에 회사의 토지 및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단기 차입금 5백35억원을 빌려오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지급보증을 섰고 윤전기, 신문제작 시설을 리스하면서도 현대종합금융 등이 문화일보와 공동 금융리스계약을 체결했다.


계열사 통한 부수확장

경기도 이천의 현대전자. 이 회사의 문화일보 구독부수는 1천부로 알려져 있다. 경쟁지격인 조선일보는 80부를 본다. 다른 신문들은 이 보다 훨씬 못 미친다. 구독부수 차이가 10배를 훨씬 넘는다. ‘신문을 보기 위해 구독하는 것이 아니라 팔아주기 위해 구독한다’는 비유가 나올법하다.

현대자동차등 현대그룹 대형 공장이 위치한 울산 역시 문화일보와 다른 신문들간의 부수차이가 현격하다. 신문사측도 이곳을 전략지역으로 설정해 총력 지원한다.

경향신문은 여수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이 지역의 경향신문 유료부수는 1만 4천부. 전체인구가 18만명인 여수시는 가구수로 따지면 5만세대가 거주한다. 어림잡아 3.6세대당 1부꼴로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셈이다. 동아(7천2백부), 중앙(4천 3백부), 조선(9천7백부)을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 왜 그럴까. 한화종합화약, 한화바스프우레탄 등 여수를 비롯한 인근지역에 한화그룹 관련 회사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990년 3월 경향신문 인수후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친 구독 확장 캠페인을 실시했다.이 과정에서 한화 기획실이 나서 경향신문 독자들을 전산처리해 관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지침을 통해 구독신청한 신문이 1년이내에 절독될때는 권유한 사람이 책임지는 방식을 도입하기까지 했다.

삼성그룹의 중앙일보 팔아주기도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수원 삼성전자의 경우 중앙일보 구독부수는 1천 7백부. 조선 동아 한국 등의 구독부수를 다 합해도 중앙일보 부수의 80% 수준이다. 개별적으로 보면 25% 수준에 머문다.

제일모직 등 삼성 계열사 공장이 위치한 대구 일부지역 역시 중앙일보가 다른 신문을 구독부수면에서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년전 자체적으로 실시한 중앙일보 확장 캠페인이 여지껏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리점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는 방계 회사나 하청업체에도 이러한 신문 확장은 영향을 끼친다. 자신에게 할당된 부수를 채우기 위해 하청업체를 동원하거나 ‘떠 넘기기식’ 확장이 많다는 것이다. 현대나 한화 등 정유 업체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계열신문들을 헐 값에 사들여 각 주유소를 통해 홍보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서울 양재동 트럭터미널 옆에 소재한 D주유소측은 “3백부를 정가의 절반가격에 사들여 손님들에게 서비스용으로 나눠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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