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의원 재산공개에 대한 실사와 검증은 경기·강원도 일대에 수마가 할퀴고 간 지난달 28일 경찰기자 회의실에서 태동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하루전 15대 국회 신규등록 대상의원 1백84명 등 그동안 공개된 나머지 의원들의 재산내역을 공개했다.

그러나 30년만에 최대라는 폭우와 올림픽기사에 묻혀 일말의 의문점이나 검증없이 보도되면서 독자들의 관심밖으로 사라졌다. 처음으로 국회의원 재산공개가 시작된 지난 93년, 언론이 팔걷고 나서 ‘마녀사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샅샅이 뒤졌던 때에 비해 너무나 다른 양상이었다. 이에 언론이 해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손댈수 없는 국회의원 재산공개 실사에 경찰기자들이 칼을 뽑아든 것이다.

특별취재팀은 우선 재산공개목록이 수록된 공보를 국회사무처로 입수했다. 하루종일 공보를 뒤진끝에 일단 연고도 없는 곳에 땅을 보유한 15대 신규등록의원 리스트를 작성, 실사에 들어갔다.
현지 등기소에서 해당 토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떼고 관할구청에서 토지대장을 통해 공시지가를 확인, 신고된 금액과 대조를 한뒤 현장을 답사했다. 또 토지매입에 관한 법적인 절차를 정리하고 그린벨트 관련법도 요약 정리, 전원이 숙지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12명의 취재팀이 15일동안 서울·경기·충청도일대 40여명의 의원들의 땅을 점검했다. 며칠후 자민련 정석모의원이 신고한 지하철 강남역 부근 대지를 현지 답사한 결과 22층 초현대식 빌딩이 들어선 것을 확인했다. 눈앞에 보인 건물이 누락된 것이다.

순간 “이제는 무언가 되겠구나”하는 전율이 취재팀을 흥분시켰다. 제주도를 포함, 전국에 걸쳐 전답·임야 등 각종 토지를 소유한 신한국당 이국헌의원은 그린벨트내 지축동 자택에 수영장과 정자가 불법으로 조성된 것을 확인했다.

신한국당 노기태의원도 경기도 이천에 공장용도로 구입한 토지를 다른 용도로 불법사용한 것이 확인되는 등 뛴만큼 성과가 나타났다. 매일 저녁 7시부터는 땀나는 회의가 시작됐다. 그날 답사한 현장에 대해 관련서류를 들고 법적인 하자를 검토하는 것이었다.

회의는 어김없이 자정을 넘겼고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취재팀은 마지막 단계로 문제가 제기된 10여명의 의원을 대상으로 녹음기를 들고 직접 확인키로 했다. 상당수 의원들이 외유, 만나지 못했지만 재산신고를 담당한 보좌관·비서관을 통해 해명을 들었다.

드디어 예정된 D데이(D-Day). 반론까지 완벽히 취재한 취재팀은 10명으로 압축된 명단을 쥐고 밤을 세우면서 토론을 벌인끝에 재산형성과정에서 사용한 교묘한 방법과 탈법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기사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건 편집회의에서 우리가 취재한 기사를 얼마나 받아줄지 하는 것뿐이었다.

4일 저녁 7시. 우리는 2주일간 12명의 취재팀이 혼신을 다해 취재한 결과물을 1면부터 받아쥘 수 있었다. 이후 기사는 3일간 계속됐다.
다음날부터 사회부 전화는 몸살을 앓았다. “모처럼 본 통쾌한 기사다”라는 독자부터 “다른 신문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중앙일보만 게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까지 격려전화가 잇따랐다.

이번 재산공개 검증에 대한 쾌거는 경찰기자팀 전원이 해낸 것이었다. 참가하지 못한 동료들이 비어있는 라인을 대신 메꿔주는 고생한 덕분에 특별취재팀 전원이 마음놓고 현장을 찾아 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건 부모·자식을 ‘고지거부’로 불성실하게 신고한 것을 실사하지 못하고 법적인 제약으로 금융자산에 손대지 못한 것이 아쉬울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