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에서 경찰이 살해당하는 등 치안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신문은 원인분석과 대안모색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없이 목소리만 요란하게 내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한 경찰과 정부의 시각이 범청학련 주최의 통일축전까지 연계적용, 정권의 이데올로기 전파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8월 10일자 사설에서는 “경찰관, 파출소는 국가 공권력의 최일선이자 범죄 예방과 단속을 위한 마지막 세포단위”라고 강조하고 있다. 파출소가 범죄발생 장소가 되어 버렸으니 공권력이 크게 위협받았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치안에 구멍이 뚫려 공권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곧바로 8월 15일 범민련 및 범청학련이 준비하고 있는 통일축전 행사에 적용, 마치 국민생존을 위협하는 범죄인양 동일시하는 언론보도는 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 여기에 위협받는 민생치안에 대한 근본 해결책은 뒷전으로 미뤄지고 있다.

동아는 ‘무방비 파출소‘(8월10 사설), ‘뛰는 범죄 기는 경찰력’(8월12 5면), ‘경관 실탄장전 근무’(8월12, 제1사회면 머릿기사) 등을 통해 사건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무방비 파출소’는 범죄앞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능멸된 파출소, 민생치안에 대한 대책으로 인력증원과 그에 따른 예산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뛰는 범죄 기는 경찰력’은 “미국 경찰은 범법자를 무자비할 만큼 다루는데 우리 경찰은 뭔가 주눅이 들어있는 듯…”이라며 그 예로 미국 경찰은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거나 허가된 시간을 넘길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는데 비해 우리 경찰은 여론 악화를 겁내 적당히 넘어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범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한 것이겠지만 미국 시위는 허가된 것이고, 우리나라는 불허된 것이라는 전제는 빠져 있다. ‘경관 실탄장전 근무’는 재정경제원과 협의 중인 일선경찰의 무장과 인력충원 방안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결국 문제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예산을 증액, 인원을 충원하고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대책없이 오늘의 치안부재에 이른 관계당국의 책임은 묻지 않고 있다. 한편, 일선 경찰관의 총기사용을 놓고 조선일보 8월 13일자 사설 ‘나라의 기강이 엉망’을 보면 “칼을 휘두르는 범죄자에게 발포라도 하면 ‘꼭 발포했어야 했나’”라고 물으며 “공허한 사이비 이상론도 이제는 극복해야…”라며 강력한 공권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강력한 공권력 확보를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입장은 사회민주화를 위한 시위와 민생치안 관련 범법행위를 같이 취급하는데서 그 우려가 크다. 8월 10일자 사설 ‘공권력 파괴시대’는 “지금 경찰에 적극적 기능이 있다면…데모진압 정도이고 일반치안은 2선에 밀려 있는 느낌”을 말하고 있다.

또 ‘나라의 기강이 엉망’(8월13 사설)은 “경찰관 피살사건, 순찰차 탈취사건, 한 시민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공권력 부재와 사회기강의 방임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한총련이란 대학생 단체는…이를 말리는 공권력에 화염병과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라며 범법집단과 한총련을 공권력 위협세력으로 동일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공권력이라는 개념을 섞어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치안부재 관련사건을 축소 해 보도했다. 10일자 사설 ‘경찰이 파출소에서 당해?’를 통해 경찰관의 인물, 체격, 무술 실력, 총기사용 능력 등 일선경찰들의 조건개선을 지적했으나 전체적으로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치안부재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민생치안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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