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일종의 모험일 수 밖에 없다. 유행은 그 질문마저도 자신의 상품목록 속으로 쉽사리 소화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질문은 불가피하다. 유행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인 장병욱씨(전 한국일보 기자·33)가 최근 펴낸 <재즈 재즈>(황금가지)는 재즈의 과도한 유행에 대한 문제제기인 셈이다.

“너도 나도 느닷없이 재즈예요. 정작 ‘재즈 아닌 재즈, 재즈 없는 재즈’인데도 말입니다.”

<재즈 재즈>는 ‘실체로서의 재즈’를 느끼는 한편 ‘재즈의 전략적 지도’로 이용되기를 희망하면서 장씨가 재직중에 썼던 연재물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엮은 책이다. 음악에 파묻혀 살기는 하되 ‘잡식형’의 음악스타일이라는 저자의 음악이력은 남다를 바 없지만 재즈의 ‘오해’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재즈에는 흑인노예들의 고통이 담겨있는 한편 무식꾼들의 음악이라 포용성이 대단히 넓습니다. 하지만 지금 ― 이곳의 재즈는 그런 정신이 거세돼 있습니다.”

신세대들의 액세서리나 분위기용으로만 재즈가 소용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장씨는 그 주장을 글의 진지함으로 설득하고자 한다. 이제 이 땅의 재즈열풍에도 한가닥 진지함의 미풍이 덧붙여지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 보태자. 장병욱씨는 투병중이다. 지난 89년 한국일보에 입사, 문화부를 거쳐 92년 사회부기자로 재직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후유증을 얻은 것이다. 회사도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했다. 병상에서 그는 음악을 들었고, 그 음악을 기록했다. 그는 음악으로의 복직을 희망한다. 일 혹은 사회와의 ‘애드립’을 그는 누리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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