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을 전후해 우리나라 언론은 또다시 역사적 수치에 획을 그었다.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에 대한 메카시즘적 왜곡편파를 통해 언론은 권력에 충실한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한총련의 통일대축전에 대한 언론보도는 그야말로 이성을 잃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 방송에는 온통 ‘매맞는 경찰’과 ‘때리는 학생’만이 있다. 학생수와 경찰 병력의 규모만 봐도 어떻게 전경들이 학생들에게 맞기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실제로 부상자 수도 학생측이 더 많고 그 정도도 심각하다는 게 현장 학생들의 주장이다(대구경북지역의 한 여학생은 뇌사상태에 있다).

대회를 마친 15일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비상식적인 초강경진압에 대해 언론은 정부방침만을 앵무새처럼 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심지어 어느 신문은 정부에 경고하기까지 한다. 시위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니 진압하라고. 그들에겐 양심도 없는가? 이번 사태는 통일에 대한 견해차이라든지 통일운동 방식에 대한 시비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인권의 문제다.

학생들이 농성하고 있는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농성학생들에게 밥을 전해주러가는 시민연행, 며칠 째 젊은이들을 굶기는(?) 이런 엄청난 실상은 학생들의 폭력시위 화면에 감춰져 있다. 언론보도에 대한 문제점은 많은 시민들도 공감하고 있다. 기자들에게 강력히 항의하는 시민들을 목격한 글이 PC통신에 상당수 올라와 있다.

학생운동의 순수성을 매도하고, 시위를 폭력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주범은 진압 당사자인 경찰이나 정부보다 언론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한결같이 학생들의 요구나 통일대축전의 배경에 대해서는 도무지 아무 말이 없다. 평화적인 집회를 하려던 학생들이 폭력시위로 치닫게 된 원인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단지 폭력시위를 주도하는 반정부세력으로서 주사파 학생들만이 있다.

80년 광주민중항쟁 당시 선량한 광주시민을 폭도로 내몰았던 언론이 이제는 그들을 탄압했던 전두환·노태우씨를 비판하는 선두에 섰다. 언론은 항상 강한 자의 입장에 있을 뿐이었다. 진실의 편에 서서 있는 그대로를 보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언론은 지금 한총련 학생들을 체제를 전복하려는 폭력세력, 북한의 사주를 받은 주사파 등으로 매도하며 정부의 강경방침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기회주의적 속성을 못 버리고 있는 우리 언론이 통일시대를 맞은 후 지금과 같은 악의적 편파보도에 대해 무어라고 변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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