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특임이사제 도입 등으로 기존 이사진들을 유임시킨 채 임원진 개편을 단행해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MBC는 지난 9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편일평 전무이사와 김규수 기술이사는 그대로, 심상수 제작이사는 편성이사로, 이원호 경영이사, 정길용 보도이사, 민창완 편성이사는 특임이사로 유임시켰고 이긍희 전 정책기획 이사는 MBC프로덕션 사장으로 자리를 바꿔 재선임했다.

또한 MBC는 정책기획 이사에 유재국 전 안동 MBC사장, 경영이사에 박영일 전 포항 MBC사장, 보도이사에 전 하광언 심의 위원, 제작이사에 유홍렬 MBC프로덕션 사장을 새로이 선임했다.
이같은 이사진 인사에 대해 MBC노조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전도된 가치관과 잘못된 경영관, 경영 파행의 책임을 졌어야할 인사들이 버젓이 유임되는 현실, 적당한 자리바꿈, 심지어는 무임소 이사라는 전대미문의 자리까지 만들어 내서 구체제의 인사를 유임시킨 결과에 경악한다”며 이번 임원진 개편은 “구체제 세력을 잔존시켜 개혁의 발목을 잡은 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노조는 특임이사제 도입과 관련 “이사진이 12명으로 늘어나 이사 1인당 사원 1백 50명에 불과하게 됐다”며 “이는 그동안 MBC 조직운영의 문제점으로 누차 지적되어온 비대한 상부구조가 전체 조직을 압박하는 기형적인 조직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게 됐다”고 비판했다.

내부 반발을 사고 있는 이번 이사진 개편은 이득렬 사장의 의중이 관철된 결정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MBC 안팎의 중론이다. 역할이 분명치 않는 특임이사제까지 도입하면서 기존의 이사들을 유임시킬 경영상의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인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따로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인사의 ‘혐의’는 결국 대주주인 방문진의 몫으로 돌아간다. 노조는 “방문진은 종래 임원후보를 사장이 단수로 추천하면 방문진이 추인하던 관행을 바꿔 복수 추천해 결정은 방문진이 하도록 알려졌다”며 방문진 결정설을 기정사실화했다. 그간 방문진에서도 “이사진 개편은 사장과 김희집 이사장간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어쨌든 이번 이사진 개편은 방문진이 지난 5월에 발표한 ‘95MBC 경영분석’의 결과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MBC의 경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방문진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 방문진은 ‘현재 MBC 조직경영의 중심주제는 조직축소‘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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