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고 염치없는 일이다. 블랙먼데이 다음 날이었던 9월23일, 중앙일보는 “‘최악 지났나’ 안도 랠리 기대감 솔솔”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분간은 매도보다는 보유 전략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안도 랠리는커녕 이날 새벽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주가도 덩달아 폭락했다. 중앙일보의 기사는 나오자마자 구문을 넘어 오보가 됐다.

물론 하루하루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주식시장은 간밤 미국 금융시장 소식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그야말로 천수답 시장이다. 단기적으로는 아예 전망이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뉴욕 주식시장은 우리 시간으로 밤 10시30분에 시작해서 새벽 5시에 끝난다. 조간신문에 반영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미국 금융위기 관련 보도는 그래서 하루 이상 뒷북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하원이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부결시킨 30일에도 조간신문에는 이 기사가 전혀 실리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엉뚱하게도 “7천억 달러로 정부가 월가를 사들이겠다”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말을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뽑아 독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 이정환 기자 온라인뉴스부  
 
우리 시간으로 새벽 3시께 벌어진 일이니 당연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TV나 인터넷 뉴스를 참고하거나 직접 외신 보도를 찾아 읽는 수밖에 없었다. 신문사 인터넷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데 대부분 오전 내내 연합뉴스 기사를 전재하는 정도에 그쳤다. 포털 사이트 역시 연합뉴스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조간신문의 경우 다음 날 마감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따로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만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온 뉴스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 차이는 꽤나 길다. 다음 날이면 이미 사건이 터져 나와 시장에 충격을 주고 한차례 폭풍이 물러간 뒤다. 그런데 언론은 뒤늦게 비명을 질러댄다.

최근 미국 금융위기 관련, 일련의 보도는 종이신문의 한계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언론이 오히려 시장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경쟁하듯 호들갑스러운 수사를 쏟아내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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