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사가 지난 6일 임금교섭 본회의 석상에서 사세위축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 다. 이날 한국일보 장재근 사장이 사측 대표로, 조성희 위원장이 노측 대표로 나섰다. 한국일보 편집국에 대한 품위유지비 지급을 둘러싸고 노조가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논쟁의 실마리는 사측이 먼저 제공했다.

노조측이 “다른 신문사보다 열악한 임금구조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노동강도를 유지해 왔다”며 회사사정 때문에 타사에 비해 낮은 임금인상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회사측 논리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항의성 추궁이 발단이었다.

사측은 이에 대해 “좋은 신문 만들고 생산성이 향상되면 당연히 인상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노측은 “그렇다면 한국일보 사원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회사측의 답변은 애매모호했다. “그건 생각해볼 문제지만 한국일보 직원들의 질이 ‘수준이하’라고는 생각치 않는다”는 것이 회사측 답변.

노측은 곧바로 “84년까지 한국일보가 조선일보보다 매출액이 앞섰다. 사원들의 질에 문제가 없다면 이는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고 결과적으로 경영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른바 사세위축의 책임을 사원들이 떠 맡을수 없다는 논리였다.

노조측의 이같은 논리에 대해 사측은 “한국일보 사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80년도 서울경제 폐간부터다. 서울경제가 강제 폐간되면서 상당인력을 한국일보가 흡수할수 밖에 없었고 수백명분의 퇴직금을 일시지급하면서 타격을 입기시작했다”며 “이후 한국일보는 내실경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지 결코 경영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지난 92년 파업을 치르면서 점진적으로 다른 경쟁사들과 동등한 임금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에 따라 해마다 임금 교섭 석상에서 사세 비교가 단골 논쟁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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