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와 업계는 최근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지켜보며 조선이 신문전쟁을 겪으며 형성된 삼성에 대한 반감의 반사작용으로 LG와 더욱 친밀도를 높여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LG전자가 싱싱나라 냉장고에 대해 리콜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지난 8일 자 기자수첩에서 최대 1백50억원에 가까운 손실과 경쟁업체의 비방거리가 될 것을 각오하면서도 자발적으로 리콜을 선언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같은날자 사설에서 “결함이 발견된 즉시 리콜에 나서지 않고 소비자들의 클레임 제기율이 높아져 사태가 심각해지자 리콜을 실시키로 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한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LG의 리콜제 실시는 소비자보호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고발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격 결정된 것이다.

조선은 뒤이어 12일자에 “디지털 휴대폰 시장에 LG정보통신의 ‘프리웨이’ 돌풍이 거세다”며 가입자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삼성의 ‘애니콜’과 대등하거나 다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최근 조선의 경제면엔 꼭집어 말하긴 곤란하지만 LG의 ‘우량성’을 강조하는 듯한 기사가 심심찮게 엿보이고 있다.

사실 조선과 LG의 친밀도는 신문전쟁 이전부터 형성됐다. 지난 4월 디지틀조선일보가 LG텔레콤의 PCS 컨소시엄에 3%의 지분으로 참여한 것이나 6월17일 LG그룹으로부터 20억원의 지원을 받아 바둑대회를 유치한 것들이 그 좋은 예다.

작년까지만 해도 LG는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동화상 전광판을 동아일보에 ‘협찬’하는 등 동아일보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LG와 동아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데 반해 조선과의 관계는 점점 긴밀해지고 있다. LG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은 협찬을 하면 그만큼의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데 동아의 경우 적극적 홍보를 해주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며 동아와 소원해진 이유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실제로 조선이 유치한 바둑대회는 원래 LG가 동아쪽에 제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아가 특정업체의 이름을 딴 바둑대회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 조선으로 급선회했다. PCS사업도 LG가 동아에 지분 참여를 제안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한편 조선측은 LG와 ‘각별한 관계’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만 “과거에 LG가 조선에 소원했던 것을 동아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문전쟁 결과 조선은 지금 삼성과 ‘최악의 관계’에 처해 있다. ‘적의 적은 동지’란 말이 있다. 조선과 LG가 각별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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