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일어난 신문보급소 살인사건 이후 전개되고 있는 중앙 일간지간의 공방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한국언론학회(회장 김정기) 주최로 열린 ‘신문전쟁, 이래도 되는가’ 토론회 겸 제1회 언론마당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신문전쟁의 원인을 대체로 사세과시를 위한 과도한 물량위주의 경쟁에서 찾았다. 그러나 그 책임의 한 축인 재벌언론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인명진 바른언론 대표는 “재벌언론과 언론재벌이 모두 나쁘다는 양비론적 시각이 지배적이나 이런 관점은 중앙일보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사건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며 재벌언론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임춘웅 서울신문 논설위원(관훈클럽 총무)은 “재벌이 언론까지 소유하면 정보를 독과점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공감하면서도 “양쪽의 자사이기주의가 근본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일상 교수(건국대 신문방송학과)는 “영국은 61년 이후 3번에 걸쳐 대대적으로 언론의 독과점 진행정도를 조사해왔다”며 우리도 이런 시도를 적극적으로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병찬 전 시사저널 발행인(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재벌언론이 고급지를 한다거나 편집국 체제개편을 시도하는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주동황 교수(광운대 신문방송학)는 “신문의 무한 판매경쟁에서 공정한 규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며 “이는 언론자본의 성격이 천민자본주의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고정독자는 무시하고 새롭게 구독하는 순간의 독자만 우대하는 판매경쟁은 장기적으로는 독자 모두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편 인명진 바른언론대표가 이 사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한데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일었다. 임춘웅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정치권력의 간섭을 스스로 불러들여 결국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상황까지 이르러서는 결코 안될 일”이라며 “이미 오인환 공보처장관이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에서 ABC제도에 가입하지 않으면 정부광고를 주지 않겠다는 적극적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심재택 미디어오늘 사장은 “재벌언론이 이 사회의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노력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재벌의 언론 소유를 규제하기 위해 신규참여는 막는 한편 현 재벌언론들의 모그룹과의 분리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영진 기자협회회장은 “기자로서의 자부심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자사이기주의라는 상업논리가 들어섰다”며 “과거에는 차장급 이상이 돼야 회사의 입장을 대변했는데 요즘은 초년기자들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의견발표가 끝난후 중앙일보 김영희 이사와 한국일보 이재승 논설위원에게 마이크가 주어졌다. 김이사는 일부 토론자가 중앙일보의 자숙 움직임이 없다고 지적한데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 자숙하지 않고 있는게 뭐냐”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계의 지적과 대안에 대해서도 “현실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재승위원은 “재벌언론은 결국 재벌의 방패막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매출액이 우리나라의 1년 예산과 맞먹는 재벌이 언론을 소유하면 못할 것이 무엇이냐”며 “신문재벌들도 언론조작을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양쪽의 편향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