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여당 대변인이 모처럼 입바른 소리를 했다. "임기 중에 무주택자를 없애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들은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이다. 공산주의 체제라면 모를까 시장경제 아래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약속하고 나섰으니 그런 말을 들을 법도 하다.

대통령에서부터 정부, 여당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문자 그대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언설들을 쏟아내고 있다. 무주택자를 없애겠다는 대통령의 호언이야 좋은 뜻으로 했을 터. 그냥 웃어넘기자. 그렇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상식을 허무는 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어지럽고, 피곤하고, 짜증난다.

1.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모차 주부들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검토하겠단다. 주부들이 뿔났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유모차 부대’ 주부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포털 다음 카페 '유모차 부대 엄마들'(http://cafe.daum.net/Umom)의 운영자 집에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이 이런 말을 하더란다.

   
  ▲ 다음 카페 '유모차 부대 엄마들'  
 
"불법집회에 참석한 채증자료가 있으니 경찰에 출두해라. 지금 경찰이 타고 온 차에 당신을 태워가야 하지만, 많이 봐준다. 내일 당장 경찰서로 나와라. 원래는 집에 있는 컴퓨터에 집회 관련 내용이 있는지도 조사해야하지만 봐준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가. 남편 직장에 우리가 찾아가면 불편하게 되니 같이 출두해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주부들을 협박한 경찰을 소환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한동안 잠잠하던 어청수 경찰청장은 모처럼 입을 열더니 한 술 더 떴다. 아이들을 데리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주부들에게 아동학대 혐의 적용을 검토하겠단다.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한 응답이었다고는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제 자식을 방패막이로 삼는 엄마가 세상에 있을까?

2. 갑자기 전두환 정권의 폭압정치가 미화되고 있다. 철지난 매카시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멀쩡한 역사 교과서를 갑자기 극우 편향으로 바꾸라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국방부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요청을 받고 25개항의 교과서 개정의견을 냈다. 통일부는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화해협력정책’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단체들은 극우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뜯어고치려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방부의 요구는 압권이다.

"교과서의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했다'는 서술 내용을 '전두환 정부는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내용으로 수정해야 한다. 제주 4·3사건을 당초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표기해 달라."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럼 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민주인사들이 모두 친북 좌파냐? 제주 4·3 항쟁에서 희생된 3만여 명의 양민들이 모두 좌익세력이냐?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화해협력정책’으로 바꿔달라고? 남의 자식 이름을 자기들 맘대로 바꿔도 되냐?

3. 부동산 안정대책의 핵심이었던 종합부동산세가 무력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세대상 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6억 원 이상’에서 ‘9억 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이 나왔다.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과세 대상자 중 열에 여섯이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10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던 사람은 연간 260만 원 내던 세금을 20만 원만 내면 된다. 종부세 폐지 혹은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은 이렇다.

   
  ▲ 박상주 논설위원.  
 
"참여정부가 종부세 기준을 9억 원으로 정한 것은 가진 자에 대한 징벌적 조세다. 정부안은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한국의 보유세율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 도입으로 우리의 보유세율은 기존의 0.1%대에서 0.2%대로 늘어난 정도다.

공시가격 25억 원 이상의 집을 보유한 극소수의 부자들만이 약 1%의 보유세를 내는 정도였다.  현재 선진국의 보유세율은 미국과 영국의 경우 1%를 넘고, 일본과 캐나다는 1% 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종부세가 징벌적이라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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