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에게 <돌발영상>은 곧 YTN이다. <돌발영상>이 잘하면 YTN이 잘하는 것이고, <돌발영상>이 시원찮으면 'YTN 요즘 이상해'라는 말부터 나온다. 인터넷을 통해 꼬박꼬박 방송을 챙겨보는 열성팬이 상당하고, 한번씩 ‘대박’ 아이템이 뜨면 네티즌은 환호하며 영상을 퍼 나른다. YTN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도 <돌발영상> 지키러왔다고 했다. 그런면에서 YTN에게 <돌발영상>은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런 <돌발영상>이 불방 위기에 처했다. 구본홍 사장이 지난 1일 징계성 사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을 뉴스팀 사회1부로 발령 냈기 때문이다. <돌발영상>이 방송되도록 유지시켜야 할 사쪽은 ‘인사 거부에 따른 징계’를 내세워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고 있는 반면, 낙하산 반대 투쟁으로 징계 발령을 받은 임 팀장은 징계를 감수하고 방송을 하는 우스운 상황이다. 

2일 오후 임 팀장이 ‘돌발영상을 어떻게 해야겠냐’는 제목으로 사내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 YTN 돌발영상 ⓒYTN  
 
임 팀장은 “회사의 한 축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 갑작스런 인사는 아무런 인수인계 과정없이 하루아침에 단행됐다”며 “돌발영상 팀장 자리로 발령 난 기자는 돌발영상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 상태로는 제 아무리 훌륭한 기자가 와도 최소 한 달 이상 불방사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사 거부에 대한 징계 경고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몇몇 간부들이 구씨를 안착시키기 위해 인사를 강행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불방까지 감수한 이번 인사에 대해 임 팀장은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이는 “구씨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구 사장을 통한 정권 차원의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 이라는 해석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글을 통해“‘돌발영상’이 당장 펑크가 나는 마당에 구씨의 인사지침에 따라 사회1부로 조용히 가 있어야 하는 게 맞냐, ‘돌발영상’의 불방을 강요하는 구씨의 지금 행태는 이미 공정방송을 크게 침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청와대에서 내려 보낸 대선특보 출신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보다 더 적극적으로 싸우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2일 오후 임 팀장이 YTN 사내게시판에 남길 글 전문이다.  

1. 오늘 아침 상황

4년 가까이 해오던 대로 오늘 오전 방송분을 편집하고 런다운과 자막 작성을 위해 뉴시스를 열었습니다. 평소처럼 런다운 작성키를 누르려했으나 이미 저의 아이디에서는 ‘런다운 작성권’이 폐쇄돼버린 상태였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제 저녁 돌발영상팀에서 사회1부로 발령났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됐습니다. 저녁에 인사 내고 바로 다음날 아침 런다운 작성권을 없애버린 사측의 순발력에 감탄할 따름이었습니다. 촉박한 방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후배의 아이디를 빌려 자막을 쓰고 녹화를 해야 했던 제 신세에 개탄할 따름이었습니다.

2. 지금까지의 돌발영상

돌발영상은 현재 저를 포함한 3명의 기자가 하루 1꼭지씩을 맡아 3꼭지를 제작해 광고를 붙여 10분 내외의 일일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재가 없거나 1명이 휴가 등으로 결원될 경우 2꼭지씩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가, 혹은 시청자들이 머리 속에 넣고 있는 ‘돌발영상’의 개념은 아직까지는 3꼭지 프로그램이 아닌, 5년여 전 출범한 3분짜리 단일 돌발영상입니다. 이 3분짜리 돌발영상은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맡아서 해 왔고, ‘오늘 문득’이나 ‘돌발사전’ 등 다른 두 꼭지는 함께 있는 후배 기자들이 제작했습니다.

제가 도맡아 제작한 돌발영상은 2003년 노종면 선배가 시작해 2005년 가을 제가 넘겨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만큼, 단 한차례만 제작자가 바뀐 셈입니다. 당시 인수인계 과정은 넉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인사는 돌발영상 제작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인사권자와 돌발영상팀의 충분한 사전 조율을 거쳤고, 이후에도 후배기자들의 인사나 AD,작가들의 신규채용 등도 한달 정도의 여유를 두고 돌발영상팀의 의견을 반영해 이뤄져 왔습니다.

3. 지금의 돌발영상

그런데 이번 회사의 한 축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 의해 이뤄진 갑작스런 인사는 아무런 인수인계 과정없이 하루아침에 이뤄졌고 제 자리에 오도록 발령난 다른 기자는 돌발영상에 대해 누구에게서도,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며, 저는 런다운 작성권 마저 빼앗겼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거부할 경우(이대로 계속 돌발영상을 만들 경우) 징계할 것이라는 경고만 있을 뿐입니다.

현 상태라면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기자가 제 자리에 대신 오더라도, 그 기자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불방사태가 뻔합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몇몇 간부들이 불방 사태를 감수하고라도 구씨를 안착시키기위해 인사를 강행한 무책임함에 참으로 개탄합니다.

“오늘 누구와 식사를 했는데, 돌발영상 얘기 밖에 안 하더라”“모 인사가 돌발영상 팬이라더라”“돌발영상은 YTN 간판이다”라는 말로 격려를 하시던 간부 선배들의 말씀이 불과 두세달 전입니다. 그런 분들이 구씨 한 명을 위해 돌발영상 불방을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돌발영상은 한동안 문을 내려도 문제없을 만큼 YTN 내에서 별 것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와 타 언론사에서는 돌발영상을 애청하거나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주총회장에 가려고 집단으로 연차휴가 내서 하루 불방시킨 놈이 무슨 자격으로 불방사태 운운하냐고 비난하실 간부들도 계실 겁니다. 당시 일에 대해서는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한편으로는 프로그램 제작권이 침해받는 지금의 사태를 어느정도 예견한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고 변명, 또는 해명하고 싶습니다.

4. 앞으로의 돌발영상

저는 이번 인사의 물리적 결과가 될 수 있는 ‘불방사태’ 보다는 그 ‘의도성’에 더 주목합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사에 개입한 간부들은 돌발영상 불방사태를 뻔히 예견했을 겁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돌발영상을 인사대상에 넣지는 않았을 겁니다.

구본홍씨의 지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돌발영상 불방을 감수하고라도’가 아닌, ‘이제 돌발영상을 하지 말라’는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몇 달의 인수인계가 필요한 자리를 기습 교체하고, 몇 시간도 안돼 런다운 작성권을 빼앗고, 인사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것은 ‘돌발영상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YTN에 굴러온 돌을 통한 정권 차원의 돌발영상 폐지 수순이라고 해석합니다.

5. 더 먼 미래의 돌발영상을 위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불방시켰던 보도국장을 거세게 비난하며 돌발팀에 밥 사줍시다라고 외치셨던 한 심의위원님과,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연차를 내고 돌발영상을 하루 불방시킨 일에 대해 엄한 채찍질을 가하셨던 많은 부장급 선배들께 묻습니다.

-돌발영상이 당장 펑크가 나는 마당에, 저는 구씨의 인사지침에 따라 사회1부로 조용히 가 있어야 하는게 맞습니까?

구본홍씨를 받더라도 공정방송 약속만 확고히 받아내면 되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선후배들께 묻습니다.

-부팀장 인사는 실국 자율에 맡긴다고 한 다음날 부팀장 인사를 단행하고, YTN 조직의 안정과 건강성을 위한다면서 정치, 경제 등 주요 취재부서를 겨냥한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고, 돌발영상과 별의별 뉴스 등의 특화코너를 키우겠다면서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구씨의 지금 행태는 이미 공정방송을 크게 침해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인사에게 받은 약속이 언제까지나 지켜질 것이라 믿어야 합니까?

정권과 싸우자는 얘기냐며 노조의 비현실적인 투쟁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걱정하시는 사우들께 묻습니다.

-정권과 구씨에게 항복한 뒤, 지금과 같은 줄세우기로 길들여지며, 지금과 같은 구씨의 어떠한 인사횡포와 전횡에도 아무말 못하고, 그저 시키는 일만 적당히, 옆에서 아무리 부당한 일이 일어나도 조용히, '내 일 처럼' 적극적으로 해왔던 뉴스를 이제는 ‘사고없이, 찍히지 않게’ 조심조심 소극적으로...이런 조직이 정권과 싸우는 상황보다 훨씬 나은 걸까요?

돌발영상의 방송을 유지시켜야 할 사측은 ‘인사 거부에 따른 징계’를 내세워 돌발영상 불방을 강요하는 반면, 낙하산 반대 투쟁을 위해 제작거부를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는 저는 ‘징계를 감수하고’ 방송을 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입니다.

사측과 선배들의 지시에 의거한다면, 오늘 방송된 돌발영상 프로그램은 회사의 지시를 어기고 제작한 사규위반 방송이 되며 저의 사규위반 방송을 위해 부조작업을 하신 스탭들과 사규위반 방송을 송출한 주조정실은 본의아니게 사규위반에 동참하신 셈입니다.

청와대에서 내려보낸 대선특보 출신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돌발영상팀 3명 전원이 징계 심의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고, 저를 포함한 두 명이 고소장에도 이름이 오른 마당입니다. 저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더 적극적으로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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