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는 언론계 안팎에 활짝 열린 ‘의견란’입니다.
언론계 현안이나 쟁점에 대한 언론인들의 발언은 물론 언론에 대한 독자와 시청자들의 주장을 적극 담아내기 위한 ‘열린 마당’입니다.
이 난에 소개된 의견과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과 필요한 경우 당사자의 ‘응답’도 적극 소개토록 해 언론 현안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언론에 관심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벌어진 재벌 신문사간의 과당 판촉 경쟁에 따른 살인사건은 우리나라 언론 시장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번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ABC(신문발행부수공사)가 제대로 시행됐다면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지 않았나 다시 생각하게 됐다.

ABC가 완벽하게 실시되었다면 자본력을 앞세운 무차별적인 무가지 살포를 예방할 수 있는 동시에 기업에서는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광고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현재의 ABC는 절름발이식으로 지국에서 판매하는 구독료를 20%만 올려줘도 1부로 계산해 주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문제다. 다시 말해서 20부 가격을 올려 주면 100부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이러고서야 무슨 발행부수공사제도가 올바로 이루어지겠는가. 유가부수 산정 기준을 본사 유가에서 지국 유가로 전환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신문사 수입의 60%, 많게는 70~80% 이상이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사들은 인쇄가 끝나자마자 몇 백만부의 신문이 폐지로 둔갑하여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발행부수 늘리기에 급급하는 실정이다. 지금의 ABC가 보완이 되지 못하면 신문사간의 투자경쟁, 판매경쟁은 멈출 수가 없으며 본사 유가부수가 조작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것은 일선 지국에 청구하는 지대값의 편차가 심하고 지대를 할인해 주거나 지대는 정가로 받는 대신 음성적으로 막대한 지원비를 대신 보상해 주는 것은 공개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제도는 신문사가 부수를 조작하더라도 가타부타 말할 수가 없다.

19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무가지 배포의 경우 본사에서 각 지국에 내려보내는 유가지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한푼도 할인되지 않은 가격으로 구독하는 신문만을 유가지로 보는 방안’을 채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과연 정부의 일개 부처가 막강한 언론을 상대로 손을 댈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정 칼날이 시퍼렇던 시절에 청와대도 손을 댈 수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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