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사에도 외국인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몇 해 전부터 일부 국내언론사에 외국인들이 기자직이나 편집지원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으나 해당 언론사 직원들이 아니고서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우리 언론사에도 다수는 아니지만 외국인들이 직원으로 채용돼 일하고 있으며,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대표적인 경우는 세계일보 국제부의 티모시 엘더 부장(47). 엘더부장은 지난 88년 세계일보가 창간될 때부터 창간준비위원으로 참여해 왔다. “별명이 뭐냐”는 우리말 질문에 대해 “후배 기자들에게 물어보라”며 받아 넘길 정도로 우리말에 능통한 엘더부장은 현재 세계일보의 자매지인 미국 워싱턴타임스지의 한국어판 편집, 제작을 주관하고 있다.

그는 또 우리말 실력 만큼이나 우리 언론계 소식에 밝아 최근 ‘신문전쟁’과 관련해서는 “신문들이 신문의 논조나 좋은 기사를 가지고 승부를 겨뤄야지 칼부림을 해서야 되겠느냐”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엘더부장은 세계일보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4년간 워싱턴타임스 도쿄특파원을 지낸 바 있다.

3년 계약조건이기는 하지만 매일경제신문 국제부의 니콜라스 롱(36)기자도 몇 안되는 한국 언론사의 외국인 기자이다. 영국 태생인 롱기자는 지난 6월 매일경제와 인연을 맺고 외국 관공서 취재및 외국인 인터뷰 등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롱기자는 매경TV뉴스(MBN)의 영어 방송 앵커일도 함께 하고 있다. 롱기자는 한국에 오기전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5년간 기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영자지인 코리아타임스와 코리아헤럴드, 그리고 연합통신사에 모두 7명의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 출신 외국인들이 계약직으로 채용돼 편집지원업무(카피 리더)를 맡고 있다. 카피 리더는 한국 기자들이 출고한 영문 기사를 영문법상 틀린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거나 기사문체를 점검하는 사람들이다.

세계일보의 엘더부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외국인들은 우리말이 미숙한 데서 오는 고충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간단한 영어나 아니면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 의사소통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우리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은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리아타임스에서 근무하는 호주 출신의 그래그 매티슨씨(42) 역시 “한국말을 배우러 왔으나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며 “한국 기자들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매티슨씨는 8년째 코리아타임스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들에 대해 국내 기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국제부에서 니콜라스 롱기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한 기자는 “영국인들이 엄격한 조직 규율에 익숙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별 문제 없이 잘 어울리며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외국인들 역시 우리 언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연합통신사의 카피리더로 일하는 데이빗 구드씨(37)는 “연세대 시위가 일어났을 때 왜 한국언론은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이들 외국인들은 현재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년 또는 3년 단위로 계약 갱신을 통해 계속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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