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집권 이듬해인 81년 노태우 전 대통령, 정호용 전 국방장관, 유학성 전 안기부장등과 일부 언론사주, 정관계 고위인사, 재벌그룹 회장 등 99명이 회원으로 참여해 결성한 고급사교클럽의 실체를 입증하는 문서가 확인됐다.

본지 취재진은 최근 ‘아시아 사파리클럽 회원 명단 및 정관’ ‘아시아사파리클럽 사업계획서’ 등을 입수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아시아 사파리 클럽은 건전한 수렵 관광을 내걸고 지난 81년 10월 결성됐으며 이 클럽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당시 정무제2장관),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당시 육군 3군 사령관), 유학성 전 안기부장, 황영시 전 육군참모총장, 박종규 청와대 전 경호실장 등 신군부 실세들과 △방우영 조선일보 회장, 장재국 한국일보 회장, 김승연 경향신문 회장(당시 한국화약 회장), 차일석 국민일보 사장(당시 월간 신앙계 발행인) 등 언론사주 및 경영진 △김석원 쌍용그룹 명예회장, 전낙원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등이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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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클럽은 당시 신군부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연결 창구를 찾고 있지 못하던 언론계 인사들이 이들과의 교류를 넓히는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언론통폐합등 역대 어느 정권보다 언론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했던 신군부 실세들과 ‘비공식적 채널’이나 ‘로비창구’를 확보하기 위해 언론사가 동분서주 했다는 것은 당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신군부 핵심 세력이 모두 가입했을 뿐 아니라 수십년간 그들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박종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만든 사파리클럽이 그 통로로 활용됐다는 추측이다.

장현철기자파리클럽은 설립정관에서 ‘회원들간의 협력을 도모하고 수렵관광, 사격스포츠 등을 통해 국제친선과 우의를 도모하고 관광자원 개발 등에 기여한다’고 창립취지를 밝혔으나 실제로는 서울 중구 장충동 등지에 회원 전용 클럽을 임대해 ‘칵테일 파티’를 개최하는등 정관계와 언론계, 재계 핵심인사들의 ‘고급 사교클럽’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파리클럽은 사실상 박종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주도로 결성됐으며 박 실장이 86년 사망하면서 활동이 유명무실해져 91년 자동 해산했다. 박 전 실장은 5공 정권을 잉태한 군 사조직 ‘하나회’의 실질적인 후원자였다.

아시아 사파리클럽은 옥수동 사파리클럽에서 사설 카지노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시아 사파리클럽이 임대해 운영하던 사파리클럽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내외국인을 상대로 84년부터 사설카지노를 운영, 60억여원 상당의 부당 수익을 올린 혐의로 대표가 구속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한국 카지노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전낙원씨도 이 클럽의 정식회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93년 카지노업계 슬롯머신 수사 당시 정관계와 언론계에 비호세력이 있다는 소문과의 관련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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