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이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영프로그램 복사료가 지나치게 비싸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간을 기준으로 한 프로그램 복사료는 방송사별로 MBC와 SBS가 2만 4천원으로 가장 비싸고, KBS가 2만 2천원, EBS가 9천4백60원으로 가장 싸다.

EBS를 제외한 방송3사의 프로그램 복사료가 이렇게 비싸게 가격이 책정되다보니 일반인들의 요청 건수도 적어 시청자 서비스 차원의 사업이라는 것도 명분일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송사의 시청자 요청에 따른 프로그램 복사는 1시간을 단위로 할때 월평균 KBS 9천개, MBC 1천개, SBS가 2천개에 이르고 있다. 이와 반면 EBS의 경우 월평균 3만개에 이르고 있다.

이같이 방송사별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데 대해 KBS영상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의 참여가 많은 KBS에는 방송참여를 기념하기 위해 복사를 요청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에 교육방송은 교육프로그램의 복사가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하며 프로그램 복사료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프로그램 복사료는 이미 국회등에서 검증을 받았으니 논란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복사료가 가장 싼 EBS의 경우 저렴한 복사비와 적극적인 홍보로 시청자 서비스는 물론 수익사업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 송보경 회장은 “방송 프로그램 복사료가 비싼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방송사의 수익사업적 기능도 있으니만치 방송사나 영상사업자, 그리고 소비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모여 적절한 가격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의 프로그램 복사료는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한 KBS영상사업단이 한 개의 테이프를 복사할때 드는 자재비와 인건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한 것. 이에 따라 뒤늦게 사업을 시작한 다른 방송사들이 KBS의 기준을 따르다보니 현행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많은 양을 복사할 경우 원본의 훼손이 심해진다는 점도 복사료가 비싸게 책정돼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EBS의 경우처럼 프로그램복사가 체계적으로만 이루어진다면 인건비나 자제비를 대폭으로 줄일 수 있으며, 방송사들도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뿐아니라 수익사업으로 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동호회 ‘다름’ 대표인 김상원씨는 “좋은 프로그램을 구하고 싶어도 턱없이 복사료가 비싸 한편을 복사한 뒤 이를 다시 복사해 나눠보고 있다”면서 “복사료가 공론화돼 적정한 가격이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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