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무한경쟁이 ‘한계수위’를 넘어섰다.

사세과시를 위한 판매경쟁은 끝내 ‘살인’이라는 참극까지 불렀다. 여기에 △경쟁사 흠집내기를 위한 파행적인 지면제작 △상대회사 아이디어 도용 △공정거래위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과당 경품경쟁 등 신문사가 윤리의 사각지대로 변모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도 단순히 지국간의 판촉경쟁이 낳은 ‘우발적’인 사건으로 넘겨 버려서는 안된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지국 직원들을 ‘살인현장’으로 내몬 중앙 일간지의 물량위주의 무한경쟁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2·8면

지난 15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 리스상가의 조선일보 남원당지국에서 총무 김종환씨(23)가 관할권 시비를 걸어 온 중앙일보 남원당지국 소장 이달영씨(36)와 총무 김국일씨(35)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려 숨지고 함께 있던 조선일보 남원당지국 총무 조대성씨(29)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중앙일보 김씨 등은 이날 새벽 조선일보 지국을 찾아가 전날 있은 몸싸움으로 중앙일보 지국원이 부상을 입은 데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종환씨 등이 이를 거부하자 미리 가지고 간 흉기로 김씨의 가슴 등을 찌른 뒤 달아났다. 이씨 등은 이날 오전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 두 신문사 지국 직원들은 하루 전인 14일에도 리스상가내 한 업소의 신문 보급권 문제로 한 차례 몸싸움을 벌여 조선일보 지국원의 안경이 깨지고 중앙일보 지국원이 다치는 등 이번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관할권 문제로 두세 차례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양시 지국 살인사건과 관련, 중앙일보 배종렬부사장과 금창태전무는 15일 오전 11시20분께 조선일보 안병훈 전무를 방문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모든 성의를 다해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사과했다.
중앙일보는 이와관련 16일자 1면에 사고를 게재, “사회적 물의를 빚은데 대해 국민여러분께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번 살인사건이 최근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된 경품 살포 등 일부 언론사가 주도하고 있는 과당 경쟁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 16일 신문협회 임시이사회 개최를 요청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