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투표로 선출한 전임 편집국장을 임기 만료와 함께 전격 경질할 수 있는 것인가.
한겨레 경영진이 지난 3월 정기주총에 즈음해 임기가 만료된 윤후상 전 편집국장에게 비상임 논설위원직을 제안했다가 윤 전국장이 “사실상 회사를 떠라라는 것 아니냐”며 거부하자 두달이 넘도록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겨레는 당시 윤 전국장에게 비상임 논설위원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편집국 내부에서 논란이 일자 회사의 경연난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한겨레의 입장은 두달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한겨레의 한 고위 관계자는 “회사 경영 상태를 고려한 인사권 행사였던 만큼 방침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반증하듯 당초 윤 전국장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15일의 이사회에서도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겨레 경영진의 이같은 입장 고수에 대한 기자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선 “악화된 경영상태를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수긍하는 분위기도 있는 반면,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일부 기자들은 윤 전국장의 경질을 경영진 추천위원회와 신임 편집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파벌 논란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면서 ‘보복성’ 인사로 해석하기도 한다.

통상 전임 편집국장들에게는 논설위원급 이상의 지위를 보장해 온 언론계의 관행을 보더라도 윤 전국장의 비상임 논설위원 임명은 ‘보복성’ 인사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 신문사들이 경영난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은 윤 전국장의 비상임 논설위원 임명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어쨌든 한겨레 경영진이 당사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방침을 고수할 경우 한겨레 편집국장직은 기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때에 따라선 ‘마지막 자리’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영진의 ‘눈밖’에 벗어날 때 ‘이후’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편집국 독립 방안으로 도입된 편집국장 직선제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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