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동아일보의 원로원이냐” 최근 문화일보 편집국 일부 기자들의 비아냥이다. 남시욱 사장(사진)이 부임한 이래 동아 사단이 대거 입성한 가운데 최근에는 뒷말이 무성한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남 사장의 전직 동아일보 사우들에 대한 무리한 껴안기가 한 요인이라는 것이 문화일보 기자들의 인식이다. 동아일보 출신들에 대해선 눈에 띄게 ‘편애’하고 있는데 비해 다른 언론사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일보는 심의위원실 Y모부장(전 편집국 경제부장)을 판매국 부국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동아일보 출신인 Y모 부장의 경우 판매국 활성화를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인사 배경에는 정년퇴직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화일보는 부장 55세, 부국장은 58세, 국장은 60세가 정년이다. 이에 비해 오는 7월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는 편집국 이모 사진부장의 경우 일부 간부들과 소속 부서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국장 승진이 미뤄지고 있다. 이모 부장은 경향신문 출신.

특히 이 부장의 후임으로 동아일보 사진부장 출신의 모 편집위원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남 사장이 사석에서 이같은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문화일보 편집국 일각에선 올초 교열부 편집위원 3명이 계약기간 만료와 고령을 이유로 회사를 떠난 상태에서 동아일보 출신 정년퇴직 인사가 입사했던 전철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동아일보 출신인 남 사장이 문화일보 경영 책임자로 부임한 지난 95년 12월 이후 문화일보에 입성한 인사는 모두 5명. 박창래 현 편집국장을 비롯해 문명호 수석논설위원, 김광원 국제부장, 최희조 경제부장 등이 동아일보에서 자리를 옮겨 왔다.

일부 동아 출신 인사는 문화일보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3단계 이상 승진하는 등 파격적인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인사는 물론 이해 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문화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세차이와 근속연수에 따라 경력 산정이 다를 수 있고 남 사장 부임을 전후로 때 마침 동아일보가 명예 퇴직 등을 단행했던 점을 감안해 남 사장의 친정집 챙기기를 일정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남 사장의 ‘편애’가 두드러지자 이같은 기류가 급반전되고 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남 사장이 필요 이상으로 친정집 식구들을 챙겨 동아일보 출신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고 있다”며 “고급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인사 스타일도 이에 걸맞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고령자 비율이 다른 신문사에 비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문화일보의 특성상 정년퇴직 문제를 어떤 원칙에 입각해 처리하느냐에 따라 경영능력이 평가되는 한 시험대로 작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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