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미국 CBS 방송을 통해 한국 여성 인질의 육성이 공개된 가운데 KBS가 탈레반의 테이프 구매 제의를 거절한 사실이 있다고 자사 뉴스를 통해 밝혔다.

   
  ▲ KBS 7월27일 <뉴스광장>  
 
KBS는 27일 오전 <뉴스광장>에서 탈레반이 미 CBS 방송을 통해 여성 인질 한 명의 목소리를 녹음해 공개한 소식을 전하며 "탈레반은 어제(26일) 오후 KBS에 피랍 여성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구매할 용의가 있는지 타진해왔다"며 "현지어와 우리말로 된 3분20초 분량의 이 테이프는 임현주씨의 음성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6일, 3분20초 분량 테이프 구매 제안"

KBS는 그러나 "피랍자의 음성을 들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테러집단과 거래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하면 테러집단의 전술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제의를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KBS에 따르면 탈레반은 26일 오후 KBS 보도본부 국제팀을 통해 한국 여성 인질 1명의 육성 테이프를 1만 달러에 팔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그러나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KBS의 반응에 탈레반쪽은 녹취록을 제공했고, 대신 처음 제안보다 두배 가격인 2만 달러를 제시했다. KBS 보도본부는 탈레반쪽의 제안을 놓고 내부 회의를 벌였으나 테러집단의 노림수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구매를 하지 않았다.

KBS가 탈레반쪽으로부터 받은 녹취록은 미 CBS가 공개한 내용과 거의 유사해 임현주씨의 음성으로 추정되지만 녹취록 상에는 신상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탈레반 노림수에 말려들 가능성 있어 거절"

이종학 보도총괄팀장은 "영상도 아닌 오디오만으로는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고, 한국인 희생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탈레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구매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이어 "한국 인질 여성의 목소리가 맞다고 해도 전국 시청자와 가족들에게 '살려달라'는 호소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미 CBS 인터뷰 육성의 경우도 탈레반쪽의 노림수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어 내부 보도준칙에 따라 그래픽으로 내용만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KBS는 26일 밤 <뉴스9>에서 "무고한 한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는 탈레반은 교묘한 플레이로 공포심을 조장하고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KBS는 앞으로 이번 피랍사태를 보도함에 있어 확인할 수 없는 외국 언론의 보도는 최대한 배제하고 가급적 정부의 공식 확인을 중심으로 더욱 신중하고 절제된 보도태도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탈레반은 한국 여성 인질 1명을 내세워 미 CBS와 아프간 파지와크 통신과 직접 전화인터뷰를 주선했고, 미 CBS는 26일 이 여성과 약 3분 동안 한국어와 현지어로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다. 임현주씨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도와주세요"라고 여러차례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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