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최근 정부의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보내와 전재합니다. 이 글이 더 많은 토론과 공론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성원 부탁드립니다.


부처기자실의 통폐합은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에 기여하는가, 역행하는가? 이에 대한 논란은 언론자유도 순위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의 존재는 언론자유도 순위에 역행한다. 우리의 언론자유도가 31위인 데 비해 기자실이 존재하는 미국과 일본이 53위 51위인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창길 기자  
 
이에 일부 언론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순위는 '국경없는 기자회'의 것으로 기자실 유무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아니라고 반론을 폈다(서울신문).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미국이 16위, 일본이 39위, 한국이 66위라면서 언론자유순위는 "기자실의 유무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종사자들이 느끼는 언론자유의 정도와 정부가 언론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정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문화일보)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도 같은 맥락에서 노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한 바 있다.

언론자유도 순위 누구 말이 맞나

누가 맞는가? 언론자유도 순위는 노 대통령과 언론 모두 맞다. '국경없는 기자회'와 '프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도 지표는 구성방식이 다르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순위가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자에 대한 구금, 위협 등 정부와 사회로부터 오는 자유침해의 유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원을 밝히지 않은 미국의 기자들이 체포구금된 것, 일본의 기자들이 극우단체의 위협에 노출된 것이 이들 국가의 언론자유도 순위를 떨어뜨렸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정확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보도에서 누락한 것이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평가에서 기자실의 유무가 언론자유도 평가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일본에 대한 보고서의 상당 부분을 폐쇄적인 '기자클럽'이 독립적인 언론인이나 외국 언론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데 할애했다.

언론, 입맛에 맞는 부분만 보도  

이 보고서는 "외국언론인, EU, 언론자유시민단체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이 낡은 제도(기자클럽)를 개혁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2006년 일본 상주 EU 대표부는 이 제도는 자유로운 정보의 소통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 언론은 똑같은 보고서를 놓고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보도함으로써 노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노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논란보다 더 중요한 핵심은 두 기관의 '언론자유도' 순위에서 우리가 언론자유를 높이기 위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두 기관의 보고서와 지표를 구성한 방법론을 살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 평가지표, 언론시장 독과점도 중요 항목  

'국경없는 기자회'는 모두 50개의 평가지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중 18개의 지표가 언론인의 대한 살해, 체포, 위협, 공격 등에 대한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지표가 바로 공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다. 일본의 폐쇄적 기자실의 존재 유무가 바로 이 항목에서 나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권위적 정부에 의한 미디어의 독점 혹은 검열 등의 여부로 우리나라는 거의 해당사항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고려되는 요인은 기자직업의 폐쇄성, 미디어에 대한 외국투자가 자유로운지, 언론사 소유지분의 집중으로 인해 내용의 다양성이 위협을 받는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은 정부와는 무관한 언론시장의 독과점이나 기자 직업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지와 관련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임은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책임이 언론사와 언론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언론은 이를 일체 보도도 하지 않았다.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은 언론보도만 보고는 높은 언론자유를 위해 정부와 투쟁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국보법 존재,  언론자유 위협요인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도 지표는 법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이라는 세 영역에서 모두 23개의 질문으로 구성된다. '프리덤 하우스'는 무제한의 언론자유를 이상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자유방임적(libertarian)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단체의 평가는 평가의 비중에서 차이를 보일 뿐, 평가의 지표에서는 공통적인 부분이 더 많다. 첫째는 두 단체 모두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친북 인터넷 사이트의 접속금지를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리덤하우스'는 이에 대한 배점이 압도적으로 높다. 둘째로 정부에 의한 검열, 압력, 위협 등을 지적하고 있다. 세째, 언론사의 소유가 집중돼 있는지, 얼마나 소유지배구조가 투명한지, 객관적이고 균형된 정보가 제공되는지, 언론인이 금품제공을 받는지 등 언론사와 언론인의 도덕성과 관련된 평가항목이 매우 중요하다.

한나라당-수구언론, 언론자유 억압 1차 책임자

두 보고서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은 누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결사반대한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야말로 우리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1차 책임자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 다음으로는 언론소유의 불투명성과 집중성을 통해 균형된 시각과 정보의 소통을 방해하는 수구기득권 언론세력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배타적으로 만들고 공적인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막는 기자실을 지키려는 언론인 또한 국민의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이다.

정부가 검열이나 협박, 위협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던 독재시대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이제 시민단체나 정치인도 허공을 향한 헛발질을 멈출 때가 되었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가 정부라는 사고 자체가 낡은 것이다. 두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의 유지를 주장하는 보수정당, 수구언론이야말로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제1의 공적인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관권에 의한 언론검열, 압력, 구금, 체포 등의 위협은 거의 완전히 사라졌지만 언론자유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한 투명한 정보의 공개, 기자실의 개방, 언론시장의 개방을 통한 공정한 경쟁의 유도 등이 이들 언론국제단체들이 권고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