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토크쇼’를 표방하는 KBS <미녀들의 수다>가 봄 개편을 맞아 일요일 오전에서 월요일 밤 11시대로 자리를 옮겼다. 그 첫 날인 지난달 30일, <미녀들의 수다>는 의도적으로 시위 문화, 부동산, 언론 뉴스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꺼내들었다. “심야 시간대로 옮기면서 선정적으로 흐를 것이란 세간의 예측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게 연출자 이기원(46·사진) PD의 설명이다.

지난달 25일 백상예술대상 TV 예능부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미녀들의 수다>는 많은 관심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만큼 진행자와 남성패널의 자질 논란, 여성 외국인 출연자들의 성 상품화 논란 등 비판과 우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PD는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 한국과 다른 나라의 문화 비교라는 프로그램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 왜 ‘미녀’들의 수다인가.
“단순히 출연자들의 외모를 기준으로 ‘미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다. 상징적인 의미로 봐달라. 여성 외국인 전체를 ‘미녀’라는 단어로 지칭했다고 보면 된다.”

- <미녀들의 수다>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많은 오락프로그램들이 MC 몇 명의 입담에 의존하는 성향이 짙다. 그러나 <미녀들의 수다>는 16명의 외국인 여성 출연자들이 중심이다. 또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풀어내는 한국 생활의 재미도 크고, 점차 캐릭터들이 형성되면서 시청자들이 그들을 연예인처럼 바라보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측면도 있다.”

- 출연자들이 연예인화되는 것이 프로그램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기획 의도를 살려나가는 데 역기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외국인들을 계속 섭외하는 등 출연진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특정 출연자들에게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적절한 안배와 균형을 잡아나갈 것이다.”

   
  ▲ ⓒKBS  
 
- 여성 출연자들의 의상, 카메라 시선 등에서 ‘선정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이 있다.
“프로그램 초기부터 예상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성 상품화’라는 시선 자체가 여성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 방송에 출연하면서 이왕이면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치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15명의 스태프들이 매주 컨셉트에 맞춰 의상과 분장, 머리, 쥬얼리 등을 준비한다. 문제는 <미녀들의 수다>를 바라보는 언론들이 더 선정적이라는 점이다. 지엽적인 부분, 본질이 아닌 것들을 끄집어내서 문제를 만들고 논란을 확대 재생산한다.”

-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을 폐쇄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확인되지 않은 게시판 내용들을 연예매체들이 확대 재생산하고, 악플도 심각해서 출연자들이 말을 조심하고 솔직한 표현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대로 가다간 프로그램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게시판은 없앴지만 시청자들의 의견은 제작진만 열람할 수 있는 형태로 받아보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밤 시간대로 옮긴데다 오락적 접근과 장치까지 강조하게 되면 자칫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앙케이트를 중심으로 한 문화 비교 토크라는 성격은 계속 유지할 것이고 앞으로 한국 문화 체험, 출연자 나라를 소개하고 이를 토크로 풀어내는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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