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언제쯤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것인가.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고 있는 새 노동법이 발효된 지 한달이 훨씬 지나도록 민주노총이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있은 대의원 대회에서 이달말까지는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동안 법외 노조로 있던 소속 연맹들 대다수가 설립신고서 제출을 마칠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이달 19일까지 소속 연맹들의 설립 신고서 제출을 마무리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몇몇 조직들이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신고서 제출 시점을 늦춤에 따라 자연히 이달말까지의 시한을 다소 연장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오는 29일까지 자동차연맹 등 소속 연맹들의 설립 신고서 제출을 마친 뒤 늦어도 5월 초까지는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설립 신고서를 5월초에 제출한다해도 실제 신고필증을 교부 받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전부터 노동부쪽에서 제기하던 권영길위원장의 조합원 자격 문제를 비롯해 새 노동법에서도 합법성을 인정 받을 수 없는 전교조와 현총련 등의 조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우선 권영길위원장의 조합원 자격 문제는 신고 필증을 받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위원장이 현재 서울신문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이 법원에 계류중이긴 하지만 조합원 자격 문제는 해고 시점을 기준으로 따지게 되는 만큼 권위원장이 조합원 자격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권위원장이 연말 노동계 총파업을 주도함으로써 ‘날치기’ 노동법을 무효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이 문제를 가지고 설립신고서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쟁점은 전교조와 현총련 문제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교조는 새 노동법에 의해 ‘노조 불가’ 판정을 받은 상황이고 현총련 또한 그룹 소속 노조들의 연합 조직이라 기업별 노조의 상급단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일단 이들 조직을 가맹 단체로 포함시킨 채 설립신고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한 때 이들 조직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총 내부에서 전술적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지만 새 노동법의 전교조 금지 규정이 결국은 노조설립의 자유를 가로막는 ‘독소조항’에 다름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당초의 방침을 관철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5월초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노동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 지가 주목된다. 노동부가 전교조와 현총련 문제를 내세워 민주노총의 설립 신고서를 반려할 경우 지난해와는 또 다른 형태의 민주노총 합법화 투쟁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노동부가 지엽적 문제를 내세워 고의로 민주노총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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