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의 집권 과정을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측근들의 언론 관리 능력이다. YS는 92년 대통령 후보가 되기 훨씬 전인 90년부터 언론대책반과 여론조사팀을 가동, 언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연말 대선 고지를 향해 뛰는 신한국당의 주자들 또한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대선 주자 캠프는 아직까진 ‘언론대책반’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진 않지만 활동의 상당 부분을 언론 관리에 할애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들이 캠프 요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나름대로 짜임새와 규모를 갖추고 언론 관리를 하고 있는 곳은 이회창, 최형우, 박찬종, 김덕룡, 이인제 캠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캠프가 공통적으로 하는 업무는 기사 분석, 기자 접촉, 홍보 기획, 인터뷰 준비 등이다.

이회창 대표 캠프는 가판 신문과 TV 3사 9시 뉴스 등을 분석, 고흥길 실장을 통해 이대표에게 보고한다. 가판 신문은 대략 8시경 분석을 마치고 문제가 있는 기사를 발견하면 고실장과의 상의를 거쳐 대책을 논의한다. 대부분은 그 기사를 쓴 기자와의 친분관계에 따라 캠프 요원들이 전화를 걸어 정정을 요구하지만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은 직접 고실장이 나서기도 한다. 이렇게 언론을 분석하고 기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자 및 간부의 성향 분석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형우 고문 캠프 역시 매일 저녁 한사람씩 남아 모니터 작업을 한다. 모니터 작업은 분석 차원이기보단 최고문에게 불리한 보도를 막는 홍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고문측은 평소 친분이 있거나 호감을 보이는 기자들에 대해선 기사거리 제공 등 ‘특별한 신경’을 쓰기도 하지만 기자들의 성향을 분류해 관리하진 않는다고 한다. 언론 전략 포인트는 “잘 써달라고 부탁하기보단 정국을 설명해주는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란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른 주자들이 주로 자신들과 직접 관련된 뉴스만 챙기는 데 반해 박찬종 고문 캠프는 다른 대선주자 움직임, 여야간의 주요 이슈 등 정치 뉴스 전반을 분석한다. 모니터에 참여하는 인원은 4~5명선. 방송 3사 뉴스는 별도의 모니터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박고문측은 신한국당 입당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기자들을 접촉했기 때문에 기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기 보단 사귀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김덕룡 의원 캠프는 6명 정도의 인원이 신문, 방송 파트로 나뉘어져 모니터 한다. 이들 가운데엔 과거 YS 언론대책반 출신 김모씨가 포함돼 있기도 하다. 최근 만들어진 이인제 지사 캠프는 참모진 대부분이 언론인 출신이라 앞으로의 활동도 언론 대책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선 주자 캠프는 현재 하나같이 언론인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보 선정이 가까워질수록 언론 관리 작업도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언론대책반’ 구성은 후보 확정 이후에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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