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은 기본적으로 정신적 소비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이다. 하루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전기와 시간만이 아니다. 가장 많은 소비를 하게 되는 것은 바로 정신의 끊임없는 소비다.

인터넷은 올드미디어처럼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다음 프로그램까지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동해물과 백두산이 흘러나올 때까지 가만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쉴 새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고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인터넷 이용자는 무엇인가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 생각에는 일종의 바라보는 관점, 철학이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의 이름을 지어온 것을 보면 그 지향하는 바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기존의 텍스트 명령라인 방식의 DOS를 뛰어넘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것을 윈도라고 이름지었다. 윈도는 비주얼이자, 곧 새로운 관점을 말한다.

그 이후 나온 XP는 바로 이러한 윈도의 경험을 이용자에게 체험 학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XP는 ‘experience’의 약자로 이해된다. 새로 나올 윈도 비스타 역시 이와 같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바라보는 관점, 다시 말해 바라보는 시각과 비주얼을 대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윈도라는 창으로 인터넷과 IT를 내다보길 바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더불어 세계 IT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는 구글 역시 자신들이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구글의 단순한 첫 화면은 광고를 중심으로 사업하는 많은 포털들 입장에서는 쉽게 채택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얼굴이다.

구글이 만들어낸 다른 많은 서비스들이 나름대로 구글의 정신을 담고 있다. 구글 어스를 이용해 본 이용자라면 누구나 그것이 먼 우주로부터 다가가는 거대한 시각을 체험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구글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 분명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자신들의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 임문영 iMBC 웹기획부장  
 
우리나라의 IT 서비스들은 세계가 놀랄 만한 것들이 많이 있다. 세계최고의 온라인 게임과 안철수 연구소의 백신, 아래한글, NHN의 지식검색서비스, 네이트온, 곰TV 등은 세계 최고의 유사서비스와 경쟁해 우리나라 안에서 토종의 승리를 보여준 서비스들이다.

이제는 이런 IT서비스에 우리만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낸 우리 IT정신은 무엇인가? 우리의 서비스에 담을 우리 정신, 철학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에게 인터넷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부터 찬찬히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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