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사(사장 권근술)는 정부의 취소압력에도 불구하고 14일 용산가족공원에서 ‘남북어린이 어깨동무 한마당’ 행사를 예정대로 치뤘다.

통일원(부총리 권오기)은 지난 12일 한겨레신문사측에 공문을 보내, “언론사의 대북지원은 북한이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군비확충과 체제선전에 막대한 자원을 낭비한다는 국내외의 우려를 감안할 때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사실상 행사취소 압력을 가했었다.

통일원은 또한 공동주최사인 KBS와 이 행사를 후원하는 서울시와 협찬사로 참여한 LG그룹, 한화그룹에 각각 후원과 협찬 중지를 종용하기도 했다.

통일원은 “북한 동포를 돕는데 언론과 기업이 나서면 무질서해지거나 차분한 분위기를 흐트려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도 위배된다”는 행사개최 반대논리를 폈었다.

한편 이번 행사는 비가 오는 등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와 학부모 등 2천여명이 참석, 쌀 20여 포대를 모았으며, 옥수수죽 시식회에는 4백명이 참석, 북한 식량난을 직접 체험하는 등 성황리에 진행됐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출연하려다 당국의 압력으로 참가하지 못한 지휘자 정명훈씨는 전화를 통해 “지금은 고통으로 점철된 역사 속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기”라며 “서로 마음이 안 맞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형제를 돕기 위해 우리 모두 사랑과 인내심으로 통일을 이루어가자”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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