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 대표 진영이 대권전략의 일환으로 언론대책반을 구성하려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일보사가 발행하는 시사 월간지 WIN 6월호가 공개한 이대표측의 대권전략 문서인 ‘총체적 RH접근 캘린더’에 따르면 이대표측은 여당 대권후보 전략의 일환으로 언론계 내부에 광범위한 인맥 형성은 물론, 상시적인 운영체제를 갖춘 언론대책반을 운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체적 RH접근 캘린더’에 따르면 이대표측은 언론대책반 운영과 관련해 △총괄운영 시스템으로 전담하면서 △청년포럼 사무국에서 1, 2월중에 각 언론사별 창구와 사전 접촉을 갖고 사진기자 대책을 수립하며 △순차적으로 각사별 정치, 경제, 사회부장 간담회를 추진한 것으로 돼 있다. 청년포럼은 지난 2월 창립된 이회창 대표측의 외곽조직으로 이대표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이강혁 전 외국어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또한 언론대책반 활동의 세부일정으로는 3월 중 본격 운영을 목표로 1월중엔 사진기자 관리 등을 포함하는 운영계획을 수립, 각 사별 창구와 사전 접촉을 갖고 2월엔 주, 월별 간담회 일정을 확정했다. 특히 문서에서 언론대책반이 각사의 ‘창구’를 통한 ‘각사 개별 및 그룹별 접촉’을 주된 활동 방식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볼 때 이미 각 언론사에 상당수의 친이회창 인맥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WIN은 이대표측의 언론대책반 구성과 관련해 “지난 3월 중순 고흥길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비서실장으로 영입되면서 상당히 많은 언론계 인사들이 이회창 캠프에 합류함으로써 본격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극비전략은 지난 3월 이고문이 당대표직에 취임하면서 일부 일정대로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미 상당부분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회창대표측은 “문서의 출처가 어디인지 짐작하고 있다”면서 “기사 자체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앞서 이대표측은 WIN이 발간되기 직전인 지난 17일 고흥길특보가 기사 게재와 관련해 WIN측에 전화를 걸어 오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 일간지들이 자매지인 주, 월간지에 ‘특종’ 기사가 게재될 경우 발간 시점에 맞춰 이를 본지에 소개하던 관례에 비추어 중앙일보가 WIN의 이회창대표 진영의 극비문서 발굴 기사를 소개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중앙일보 전육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해 “자매지 기사라고 무조건 써야할 이유는 없다”면서 “본지에 소개할 만큼 기사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WIN이 발행된 지 5일 뒤인 지난 23일자 12면에 ‘이회창대표의 극비 대권전략’이라는 제목의 소개 기사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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