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의 셋 중 하나는 전쟁관련 뉴스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 미국의 이라크 침공 소식은 귀가 따가울 정도다. 하지만 정작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는 가물가물하고, 양쪽이 충돌하는 영상만이 머리 속을 맴돈다. 적군도 아군도 없는 듯한 전쟁, 이미지만 난무하는 전쟁 속에서 김재명(국제분쟁전문가·전 중앙일보 기자)씨는 “과연 ‘합법적인 전쟁’을 인정해야 하는가, ‘전쟁없는 세상’은 꿈이어야하는가”라는 우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8년 동안 팔레스타인·이라크·보스니아·코소보·카슈미르·아프가니스탄·캄보디아·동티모르·시에라리온·쿠바 관타나모 등 지구촌 12개 분쟁지역을 찾아다닌다. 집단강간, 인종청소, 손목절단 같은 잔혹한 ‘전쟁범죄’에 짓밟힌 약자들을 만난 그는 “현실적으로 ‘영구평화’가 불가능하다면, 차리리 평화를 기원하기보다 아득한 절망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수자와 약자, 못가진 자들의 정의가 승리하길 바라겠다”고 용감하게 다짐한다.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는 전쟁 약자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국제분쟁관찰기이다.
주류 언론은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이 철거되자 이스라엘인들이 울부짖는 모습(2005년)과 돌멩이를 던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줬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을 고립하기 위해 쌓고 있는 분리장벽에서 드러나듯 가자지구 강제철거는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점령하기 위한 이스라엘 수뇌부의 검은 의도가 담겨있다. 또 집단강간과 인종청소가 자행된 보스니아 내전(1992년)에서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 군사개입을 시작한 것이 이미 25만명 이상이 죽은 3년 뒤라는 사실에서 이라크 민중의 해방을 위해 이라크전을 벌였다는 미국의 논리가 허구임을 알게 된다.

국제정치학계의 거목인 케네스 왈츠의 말처럼 “전쟁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은 샌프란시스코 지진에서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처럼 바보같은 질문”이지만 ‘왜 전쟁을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전쟁에 대한 입장은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이라크의 석유를 빼앗기 위해 3만 5000명 이상의 이라크인을 사지로 내몬 미국이나 아이들이 팔다리가 잘리건 말건 자기 배만 불리는 무기거래상 같은 ‘죽음의 상인’들이 있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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